인천공항이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델타항공의 새로운 아시아 국제 허브가 된다. 기존 허브인 일본 나리타 공항보다 더 우수한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델타항공의 주요 협력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하면서 더욱 긴밀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보탬이 됐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로우스 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이같은 협업을 결정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인천 직항 노선을 13년 만에 다시 개설하고 인천공항을 일본 나리타 공항을 대신해 델타항공의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선정한 것이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직항 노선을 보유한 공항은 아시아 공항 중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이번 신규 노선 개설을 통해 인천공항은 아시아 최초로 델타항공의 미국 내 4대 코어 허브 공항(애틀랜타, 디트로이트, 미니애폴리스, 솔트레이크시티)을 모두 직항편으로 잇게 됐다. 런던과 파리, 암스테르담에 이어 네 번째로 해외 핵심 허브 공항이 된 것이다.
델타항공은 이전 일본 나리타공항 대비 인천공항을 허브로 삼은 가장 큰 이유로 단일 공항인 점을 꼽았다. 일본 도쿄 지역에서는 나리타 공항과 하네다 공항이 각각 미주 노선을 운영하는 등 장거리 노선이 분산된 상태다. 환승 수요가 분산돼 도쿄에서 출발·도착하는 고객으로 성장 여력이 한정된 편이다. 이같은 이유로 델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 기준 예전 아시아 허브공항인 나리타공항에 월 312편, 8만4361편을 공급했지만 2020년 3월28일 이후 모든 나리타~미주 노선을 단항했다.
반면 인천공항은 이와 달리 주요 장·단거리 국제선이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승객뿐만 아니라 아시아 인근에서 몰려드는 환승 수요까지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미 델타항공의 공급 좌석을 기준으로 인천공항은 2019년 8월 아시아 내 3위에서 올해 8월 2위로 올라 섰다. 내년 솔트레이크시티 신규 노선을 취항하면 11만298석을 공급하게 돼 1위 등극이 확실시된다. 델타항공의 아시아 국제 허브 공항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운송 실적 등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환승률 증대, 네트워크 확장 등의 질적 성장도 기대된다. 미주 노선은 지난해 기준 인천공항 전체 여객의 10%, 환승객의 31.3%를 차지하는 주요 장거리 노선 시장이다. 이학재 사장은 "델타항공과의 이번 협력을 통해 급변하는 전 세계 항공 시장에서 세계적 허브 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며 "향후 글로벌 대표 공항과 항공사로서 세계 항공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항공 파트너십의 롤모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적극적인 협력을 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델타항공은 2018년 대한항공과 업계 최고 수준의 협력인 조인트벤처(JV)를 체결했다. JV란 항공기 공동운항을 의미하는 '코드쉐어' 보다 강력한 항공사 간 협력관계로, 2개 항공사가 영업을 함께 하고 수익까지 공동 배분하는 형태다. JV 체결 이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국제 연결 환승객 수는 올해 기준 2035명이다. 2016년 1110명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일본 전일본공수의 JV협력 노선의 일평균 국제 환승객 1440명보다 약 600명 많다. 나리타 공항과 하네다 공항을 통합한 수치임에도 인천공항 대비 70% 수준에 머물렀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드워드 CEO는 이학재 사장과의 만남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우리에게 잭팟이 터진 느낌"이라며 "대한항공과 델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델타항공의 노선망을 설계하는 총책임자인 조 에스포시토 델타항공 네트워크기획 수석부사장도 앞으로 인천공항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을 예고했다. 26일 델타항공 본사에서 만난 조 부사장은 아시아 지역 내 추가 허브공항 마련 계획을 묻자 "하나의 허브로 충분하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을 제외하고 아시아~미국 노선 수요는 100% 회복됐고, 한국의 경우 팬데믹 때보다 더 늘었다"라며 "팬데믹 당시에도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통로로 인천 노선만은 전혀 중단없이 계속 운항될 정도로 인천은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허브"라고 강조했다.
애틀랜타(미국)=이민우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