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원티드랩 창업 멤버는 100개가 넘는 사업 아이템을 토너먼트에 붙여 ‘채용’을 택했다. 기업이 사람을 뽑는 한 지속가능한 사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구직자와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원티드’ 서비스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원티드는 일반 지원보다 4배 이상 높은 합격률로 지금까지 2만8900여개 기업과 344만 회원을 1000만회 이상 매칭했다.
10여년이 흐른 지난 5월. 원티드랩은 자체 개발한 서비스형 거대언어모델(LLM) ‘원티드 LaaS(LLM-as-a-Service)’로 사내 아이디어를 모았다. 원티드 LaaS는 복잡한 코딩 없이 단순한 명령어 조작으로 LLM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툴이다. 기술 문턱을 낮추니 비개발조직까지 나서 현업에 필요한 아이디어 50여개를 쏟아냈다. 최소 2주가 걸렸던 서비스 개발 기간도 3일로 줄었다. 창업 초기 여러 아이템 중 가능성 있는 사업 하나에 베팅했다면 이번엔 50개 아이디어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것이다.
가능성을 확인한 회사는 원티드 LaaS를 기업 구독형 상품으로 내놨다. 인적자원(HR) 솔루션 회사로 출발했지만 AI 운영 노하우는 AI 전문회사 못지않다고 자신했다. 이 회사 주형민 AX 사업 개발 총괄은 "기존엔 각 부서가 필요한 기능을 요구하면 IT 부서에서 이를 구현하는 식으로 개발·비개발 구분이 명확했다"며 "반면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런 방식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델이 잘못된 답변을 할 때마다 개발자의 손이 필요하다면 속도나 비용효율성이 떨어진다. 누구나 쉽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툴이 필요한 이유다.
원티드 LaaS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담겼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LLM과 새 버전을 테스트해볼 필요 없이 원티드랩에서 검증한 모델들을 탑재했다.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GPT-4, 앤스로픽 클로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등이다. ‘기능 불러오기(Function Calling)’로 구현하려는 기능을 호출하고 ‘샌드박스’ 기능으로 이를 외부에 공유할 수 있다. 운영 중인 서비스의 비용을 모니터링해 가성비 높은 버전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 총괄은 "이용자 반응을 보며 그때그때 보완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원티드랩은 프롬프톤(Prompthon)을 통해 원티드 LaaS를 알리고 있다. 프롬프톤은 명령어를 뜻하는 프롬프트와 마라톤의 합성어다. 원티드 LaaS를 활용해 정해진 시간 안에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대회다. 지난 7월에는 170개 직장인팀이 참여한 프롬프톤을 개최했다. 삼정KPMG 경영 컨설턴트 3인의 업무분류체계 시스템(컨설팅 프로젝트를 작은 작업 단위로 나누는 것), 중학교 국어 교사의 학생부 작성 챗봇 등 비개발직군에서 인상 깊은 결과물이 나왔다.
프롬프톤은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개발자 커리어 플랫폼 운영사 그렙은 전 직원이 원티드랩 LaaS를 활용하도록 구독 계약을 맺었다. 개발툴로 기업에 특화된 활용 사례를 뽑아낸 것을 높이 평가했다. 주 총괄은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고 더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등 시장이 기술에만 과몰입해 있다"며 "생성형 AI를 가장 빠르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유리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