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그룹 2세 박이라 사장이 여성복 올리비아로렌을 중심으로 단독 법인을 세운다. 세정이 인디안, 트레몰로 등 남성복 색채가 강했던 만큼 여성복 브랜드를 독립성을 갖고 운영해 여성복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박이라 사장은 17일 서울시 강남구 세정그룹 사옥 1층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12월 1일 올리비아로렌을 중심으로 하는 100% 자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올리비아 로렌이 2005년 론칭한 이후 많이 성장했던 만큼 신규 뷰티 브랜드나 여성복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세정은 현재 주력 브랜드로 유통 편집숍 웰메이드(인디안, 브루노바피 등)와 여성복 올리비아로렌, 온라인 캐주얼 브랜드 WMC와 파인주얼리인 디디에두보를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 세정씨씨알을 통해서는 가구전문점인 코코로박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세정 내 매출 비중을 보면 웰메이드를 중심으로 한 남성복이 48%, 올리비아로렌은 35% 정도다. 여성복 매출 비중이 높아진 만큼 신규 법인을 세워 여성복 사업을 더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설법인 이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내부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표는 박이라 사장이 맡는다.
박 사장이 단독법인을 세운 이유는 여성복 총괄 디렉터 등을 맡으면서 남성복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현재 여성복 상품 디렉팅에 직접 나서는 등 여성복과 주얼리, 신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여성복만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요한데 남성 기획시스템에 맞춰져 있어 여성복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향후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고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974년 동춘섬유공업사로 시작한 세정은 올해 50주년을 맞아 향후 새로운 비전으로 '라이프 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이 내세운 전략은 ▲글로벌 브랜드 육성 ▲AI 디지털 신기술 도입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 등이다. 글로벌 브랜드 육성의 경우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다. 다만 박 사장은 골프, 뷰티, 키즈, 영캐주얼, 라이프스타일 등 카테고리에 구애받지 않고 브랜드 투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브랜드 론칭과 투자를 검토하면서 스터디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자체 브랜드들이 단단해졌을 때 해외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과거 세정은 주얼리 디디에두보의 미국 직진출 등에 나서며 해외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렸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박 사장은 해외 협력업체를 통해 두바이(주얼리)나 동남아시아(의류) 등에 진출할 예정이다.
또 박 사장은 디자인부터 기획, 생산, 판매 등 전 단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3D 패션디자인 그래픽 툴로 제품의 패턴과 봉제, 핏 등 의류 제품을 구현해 업무 편의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외부 전문가 협업은 지난 3월 박 사장이 김다인 전 마뗑킴 대표와 협업해 '다이닛' 브랜드를 선보인 것처럼 필요성이 있을 때마다 역량이 높은 전문가들과 협업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박 사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자사 패션 플랫폼을 선보여 충성고객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끝으로 박 사장은 "현재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세정의 브랜드를 크게 키우고 싶은 의지가 담겨있다"며 "여성복 독립을 성공적으로 끌어내고, 다른 브랜드들에 대해서 지원역할을 해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