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 기자] “어쩔 수 없이 속구 사인 내긴 했는데…”
LG 손주영(26)이 ‘미친 호투’를 뽐냈다. LG를 구한 피칭이다. 덕분에 준플레이오프 2승째도 따냈다. 알고 보니 ‘속사정’이 있었다. 기막힌 반전이다.
손주영은 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KT와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5.1이닝 2안타 무사사구 7삼진 무실점 호투를 뽐냈다.
2-2로 맞선 3회말 2사 1,2루에서 올라왔다. 김상수에게 적시타를 맞기는 했다. 야수진이 대신 오버런 한 황재균을 런다운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스코어 2-3이 됐다.
4회부터 8회까지 ‘손주영 타임’이다. 득점권 위기도 없었다. 제대로 긁었다. 총 투구수 64개다. 속구만 38개 뿌렸다. 59.4% 비중이다. 정규시즌 때는 속구 비중 51.0%다. 확실히 이날 더 많이 던졌다.
여기에 슬라이더 11개, 커브 9개, 포크볼 6개 구사했다. 각각 17.2%-14.1%-9.4%다. 커브는 정규시즌과 비슷했고, 슬라이더-포크볼은 줄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속구가 좋아서’가 아니라 ‘슬라이더가 좋지 않아서’다. 공을 받은 박동원이 설명했다. 슬라이더가 아니라 커터라 했다.
경기 후 만난 박동원은 “손주영이 원래 잘 던지는 커터가 있다. 그게 오늘 볼이 많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패스트볼 위주로 사인을 낸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기본적으로 속구가 좋은 투수다. 회전수(RPM)가 2500이 넘는다.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날도 최고 시속 149㎞ 속구를 뿌렸다. 힘도 충분했다.
슬라이더가 잘 들어갔다면 피칭 양상이 달랐을 수도 있다. 오히려 한쪽이 안 되다 보니 속구를 더 살릴 수 있었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플러스로 만들었다.
박동원은 “무엇보다 오늘 (손)주영이 공이 워낙 좋았다. 포스트시즌 처음 던졌는데, 정말 큰 역할 해줬다. 주영이 덕분에 이긴 경기 아닌가. 너무 잘해줬다”고 강조했다.
정규시즌 28경기 144.2이닝, 9승 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9를 쐈다. 2017년 입단 후 7년 만에 터졌다.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먹었고, 3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렸다. 10승이 아쉽지만, 팀 결정에 따랐다.
가을야구에서 첫 등판을 치렀다. 모든 구종을, 매번 잘 던질 수는 없다. 안 되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이날 손주영이 그랬다. 배터리 호흡이 이래서 중요하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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