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깨려고 먹은 숙취해소제의 배신, 이젠 없다?[뉴스설참]

술 깨려고 먹은 숙취해소제의 배신, 이젠 없다?[뉴스설참]

M 최고관리자 0 5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과음 후 숙취를 이겨내고자 숙취해소제의 도움을 받아온 사람이라면 배신감을 느낄 만한 소식이 있다.
그간 국내에는 숙취 해소 기능성에 대한 표시 및 광고 기준이 없어 인체적용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일부 제품이 '숙취해소제'로 버젓이 판매돼왔다.
내년 1월1일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숙취 해소' 기능에 대한 표시 및 광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숙취해소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과학적 입증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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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제는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사람들은 숙취해소제가 음주 후 두통, 설사, 식욕부진, 구토 등 숙취 증상을 완화해줄 뿐 아니라 간의 알코올 해독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 믿고 이를 섭취한다.
하지만 일부 숙취해소제는 식약처로부터 숙취 해소 기능성을 인정받지 못한 '일반 식품'이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편의점, 마트 등에서 구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식약처는 내년 1월1일부터 숙취 해소 기능을 구체적으로 입증한 제품만 관련 표시 및 광고할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12월 관련 제정고시안을 행정 예고했고, 제품사가 과학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난 5년간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따라서 숙취 해소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올해까지 숙취 해소 기능성 관련 원료 또는 완제품을 대상으로 인체적용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식약처의 '숙취 해소 표시·광고 실증을 위한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체적용시험 또는 인체적용시험 결과에 대한 정성적 문헌 고찰을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갖춘 경우에만 제품에 '숙취해소'라는 표현을 표시 또는 광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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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 표시광고 규제, 무엇이 달라지나

기존에도 일반식품에 '숙취 해소'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문헌 고찰 등으로 숙취 해소 효과를 실증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숙취 해소' 표시가 허용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제품사가 가진 자체적인 자료와 근거론 부족하고, '식약처가 인정하는 범위의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그 효능을 입증받아야만 한다.


평가지표도 구체화된다.
▲숙취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설문지 ▲혈중 알코올(에탄올) 농도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 등의 평가지표를 모두 고려해 알코올 섭취 후 나타나는 생리적·생화학 변화를 관찰한다.
이 밖에도 간 기능 지표와 항산화 지표 등을 참고지표로 활용한다.


기존에 이미 사용되던 제품의 표시·광고라 하더라도 해당 내용을 내년에도 지속하고자 한다면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표시·광고해야 한다.
인체적용시험을 완료한 제품을 리뉴얼하는 경우 주원료가 변경됐을 때만 인체적용시험을 다시 진행한다.
수입 제품 역시 국내 제품과 동일하게 체적용시험 또는 인체적용시험 결과에 대한 문헌적 고찰을 통해 과학적 자료를 갖춰야 한다.


식약처는 이번 규제를 통해 숙취 해소 관련 식품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보하고, 부당한 표시·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전에도 '숙취 해소' 등 기능성을 광고하는 일반 식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 시도한 바 있다.
1998년 식약처는 일반식품에 '음주 전후', '숙취 해소'와 같은 문구가 들어가는 것을 규제하려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해당 규제가 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 및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규제는 없던 일이 됐다.
2000년 3월 헌재는 "식품에 숙취 해소 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표시를 금지하면 숙취 해소의 기회를 국민으로부터 박탈하게 된다"며 "또 보다 나은 숙취 해소용 식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와 시도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위 규정은 숙취 해소용 식품의 제조·판매에 관한 영업의 자유 및 광고 표현의 자유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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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숙취해소제 시장...제형·마케팅도 다변화

새로운 규제로 숙취해소제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만큼 효능이 입증된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조사기업 닐슨아이큐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약 3500억원으로, 2019년(2678억원)에 비해 약 30% 성장했다.


과거 중장년층 남성들을 숙취해소제 시장 주요 타깃으로 삼고 음료나 환 형태로 제품을 출시했던 제약사들은 스틱, 젤리, 필름, 혼합음료 등으로 제형을 다변화하며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대웅제약이 최근 알약과 액상이 결합된 혼합음료 형태의 '에너씨슬 퍼펙트샷 쎈'을 출시했고 동아제약도 이중제형 숙취해소제 '모닝케어 프레스온'을 선보였다.
동국제약은 업계 최초로 구강용해 필름 제형 숙취해소제 ‘이지스마트’를 출시한데 이어 씹어먹는 구미형 '이지스마트 구미 츄’를 판매 중이다.
종근당도 젤리 타입 숙취해소제 ‘깨노니 스틱’에 이어 환과 음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이중제형 숙취해소제 ‘깨노니 땡큐샷'을 출시했다.


젊은층을 공략한 마케팅 형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바이오벤처 엘에스바이오는 신동엽의 유튜브 채널 ‘짠한형’와 협업해 숙취해소제 '화깨수'를 알리고 있고 HK이노엔은 유튜브 채널 '카더정원'에서 숙취해소제 '컨디션'을 활용한 플러팅 방법들을 재치있게 풀며 MZ층과의 접점을 넓혔다.



박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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