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올해 소속팀 경기는 끝났다. 하지만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는 태극마크를 달고 뒷문을 지킨다.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한 두산 김택연(19)과 가을야구에서 최고의 공을 던진 KT 박영현(21) 얘기다.
둘 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명불허전이었다. 김택연은 지난 3일 처음으로 오른 포스트시즌 무대인 KT와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2.1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7회초 강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임무를 완수했다. 두산 타선이 끝까지 침묵하면서 0-1로 경기가 끝났지만, 김택연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박영현도 굉장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 2차전에 모두 등판해 총 2이닝 무실점. 2차전에서는 준플레이오프(준PO)행을 확정 짓는 세이브를 올렸다. LG와 준PO에서는 1차전과 4차전에 등판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4차전에서는 35개의 공을 던지며 3.1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승부를 마지막 5차전까지 연장했다. 박영현 커리어에서 가장 강한 공을 던진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택연과 박영현의 가을 무대 맹활약에도 두산과 KT는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약 열흘 후에는 둘이 같은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 3월 메이저리그(ML) 서울시리즈 기간과 마찬가지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 확률이 높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1일 발표한 국제대회 프리미어12 35인 엔트리에 둘 다 이름을 올렸다. 오는 23일 소집된다. 11월 1일 쿠바와 평가전 혹은 8일 출국을 앞두고 28인 최종 엔트리가 확정된다. 부상 같은 변수가 없다면 김택연과 박영현의 대표팀 승선은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낯선 자리는 아니다. 박영현은 이미 지난해 아시안게임(AG)에서 필승조로 활약했다. 당시도 대표팀에서 가장 강한 공을 던졌다. 중력을 거스르는 것 같은 괴력의 포심 패스트볼로 대표팀 승리 공식을 썼다. 숙적 대만과 결승전에서 8회 마운드에 올라 금메달로 향하는 다리를 놓았다.
김택연도 짧지만 굵은 대표팀 경험이 있다. 지난 3월 고척돔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LA 다저스 타선을 압도했다. 지난해 다저스 주전 외야수로 활약한 제임스 아웃맨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삼진으로 물러난 아웃맨은 물론, 다저스 베이브 로버츠 감독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아웃맨을 삼진 잡은 그 투수”라고 답했다.
비슷한 부분이 많다. 김택연과 박영현 모두 포심 패스트볼의 분당회전수(RPM)가 ML 기준으로도 특급이다. 다저스전에서 김택연은 포심 패스트볼 RPM 최고 2483, 평균 2428을 기록했다. RPM 2300만 되도 상위권인데 김택연은 특급 회전수를 자랑했다. 박영현 또한 포심 RPM이 2400대 내외로 찍힌다. 강한 회전으로 구속 이상의 구위를 자랑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서울시리즈 당시 김택연과 박영현은 캐치볼 파트너를 이뤘다. 서로 상대의 공을 받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영현은 당시를 돌아보면서 “택연이 공을 직접 받아보니 진짜 대단하더라. 캐치볼인데도 볼이 살아서 올라왔다”면서 “나도 속구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다. 그런데 택연이 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박영현에게 ‘김택연도 공을 받으며 같은 얘기하지 않았나?’고 묻자 “그렇다. 나랑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고 재차 미소 지었다.
단기전에서 필승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야구 최강 국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프리미어12는 더 그렇다. 약 한 달 후에 열리는 프리미어12에서 김택연·박영현 필승조가 새로운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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