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건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가를 냈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만 신규 VASP 신고 3건을 수리했다. 이 중 2건이 가상자산 수탁·관리 사업자다. VASP 사업자 중 대부분을 차지했던 가상자산거래소가 줄폐업에 나선 데 반해, 가상자산 수탁·관리 시장에는 신규 사업자가 계속 진입하고 있다. 20일 금융위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디에스알브이(DSRV)랩스와 비댁스, 이달 15일 아이넥스가 신규 사업자로 등록됐다. 가상자산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정보보호관리체계에 관한 예비 인증을 받고, 금융정보분석원에 VASP 신고를 마쳐야 한다. 지난달 사업자로 등록된 디에스알브이랩스와 비댁스는 모두 가상자산 수탁·관리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커스터디'로도 불리는 가상자산 수탁 사업은 가상자산을 맡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한국디지털에셋(KODA·코다)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케이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유일하게 신규 사업자로 등록된 인피닛블록도 가상자산 수탁 사업자였다. 이는 기존 코인(C2C)거래소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날까지 VASP로 신고된 국내 27개의 가상자산거래소 중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거래소는 10개 미만이다. 공식적으로 영업을 중단한 곳만 9곳인 데다, 일 거래대금이 0원에 수렴한 유령 거래소가 10여 곳에 달한다. 국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이상 거래 탐지나 예치금 보관 의무 등의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경영 악화로 어려워진 중소 거래소들이 많아진 탓이다. 다만 업계는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유럽에서 법인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고,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수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기관 투자자나 법인 등은 가상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수탁기관이 구매를 대행하거나 관련 암호키를 보관하고 있다. 이에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가상자산 수탁 자회사인 코인베이스커스터디의 총수탁 자산은 1000억달러(약 133조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미국 등에서 허용되며 한국 법인 투자가 열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최근 5대 금융지주에서도 가상자산 수탁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 시장 경쟁이 점차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