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예정했던 준궤도 시험발사를 내년 1분기로 연기한다고 18일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다.
페리지는 올해 상반기 자체 개발한 준궤도 시험발사체 ‘BW0.4(Blue Whale 0.4)’를 제주도 해상에 위치한 자체 해상발사플랫폼(MLP, Marine Launch Platform)에서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발사 시점을 미뤄오다 10월까지 연기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최종 리허설 단계에서 보완 사항이 발견되어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해상발사를 준비하며 발사체를 5개월 이상 바다에 노출 시킨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태풍이 연이어 발생하며 RBF(Remove Before Flight, 비행 전 제거) 핀 체결 부위를 수차례 반복해서 연결하고 해제하는 과정에서 점화 관련 부품에 접촉 불량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심수연 이사는 "바다에서 발사한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에는 아직 민간 기업이 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지상 발사장이 없다.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는 정부 출연연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용이다. 17일 열린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이런 문제로 또 다른 국내 발사체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는 해외에서 발사를 시도하고 있다.
결국 발사 하드웨어와 실제 발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발사계획을 연기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발사가 지연되며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된 것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발사후 예상했던 기업공개(IPO)도 미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윤 페리지 대표는 “계획한 발사 일정 내에 진행하게 되지 못해 매우 아쉽지만, 해상발사 운용 능력과 해상에서의 다양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적 자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이번 준비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자산을 바탕으로 더욱 신뢰도 높고 안전한 시험발사를 재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페리지의 도전이 미뤄졌지만, 성과도 있었다.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우주기업으로는 처음 페리지의 우주발사체용 극저온 추진제 엔진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인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핵심전략기술로 확인했다.
백종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