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진행 중인 자기주식 공개매수 중단 여부를 판가름하는 2차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이 18일 오전 열렸다.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한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로 등극한 만큼 가처분이 인용되면 임시 이사회 개최 등 즉각 경영권 확보를 위한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1차와 마찬가지로 기각될 것이라고 보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일정대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MBK 측이 제기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 첫 심문을 열고 자사주 매입 과정 등을 따졌다.
MBK 측은 지난달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된 이후 이달 초 2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의 배임 및 위법성 여부, 임의적립금과 관련한 자사주 매입의 적법성과 범위 등이 주요 쟁점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가처분이 앞서 기각된 주장들을 반복하는 ‘재탕’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가 이미 자사주 매입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MBK 측이 실제 가처분 결과와 관계없이 시장과 투자자에게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오는 23일에 종료되는 만큼 법원은 이보다 이전인 21일 전후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고려아연이 진행 중인 자사주 공개매수는 전면 중단될 수 있지만 당초 의결권이 없는 소각 목적의 자사주 매입이기 때문에 지분 구조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가처분이 기각된다면 MBK 측은 곧바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MBK 측은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해, 총 38.47%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베인캐피탈이 지분 2.5%를 확보한다고 가정할 경우, 우호지분 포함 최 회장 측 지분은 36.49%에 그친다.
다만 이를 뒤집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5, 8월 두 차례에 걸쳐 5500억원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 추가로 3.8%의 자사주를 매각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현재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지분 1.4%)는 취득했고, 남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지분 2.4%)는 내년 5월까지 취득하기로 돼 있지만 이 중 1%가량 지분은 이미 매입된 상태다. 이 3.8%가량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면 지분 우위가 뒤바뀔 수 있다. 자사주 자체로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 세력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생긴다.
신탁계약 자사주 매입의 경우 계약일로부터 6개월간 매각이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붙는다. 5월 계약으로 취득한 지분 1.4%는 다음 달 처분할 수 있고, 나머지 2.4%에 해당하는 지분은 내년 2월이 돼야 매각이 가능하다. 영풍·MBK 측이 임시 주총 개최를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임시 주총 개최 시점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MBK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고려아연 측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주주총회 개최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경우 주총 시점은 지연될 전망이다. 올해 초 영풍이 서린상사 주총 개최를 거부하자 고려아연이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던 것이 그 사례다. 당시 실제 주총이 개최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이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