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인도 아래 '눈물 모양의 섬나라' 스리랑카는 7개 차 산지로 나뉜다. 해발고도에 따라 차 맛도 다르다. 탄소포화도가 낮은 고지대의 차는 가볍고 먹기 쉬운 반면, 저지대에서 자라는 차는 무겁고 쓴맛이 난다. 쉽게 말해 고지대는 아메리카노, 저지대는 에스프레소에 가깝다.
16일 각종 차는 물론 디저트와 함께 티 소믈리에의 전문 해설이 곁들여지는 '아트 드 티'를 찾았다. 아트 드 티는 다음달 2주년을 앞둔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티 오마카세다. 총 5코스로 구성된 아트 드 티는 차 6종과 디저트 5종으로 구성됐다. 4층의 로비 라운지 & 바 르미에르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다른 1시간 동안은 남은 차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우선 정식 코스에 앞서 웰컴티 '정산소종'이 나왔다. 티 소믈리에가 정성스럽게 우린 정산소종은 소나무를 태운 송연향이 강하게 밴 홍차로, 끝에는 용안 나무 열매의 단맛이 느껴졌다. 이날 티 마스터를 맡은 이민지 티 소믈리에는 "소나무에 불을 피워 찻잎을 건조했기 때문에 스모키한 향이 강하다"면서 "향 때문에 호불호가 있어 소량만 우려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첫 번째 코스 '스파클링 다즐링'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티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인도의 다즐링은 심한 일교차와 짙은 안개로 인한 높은 습도, 고른 강우량 등이 더해진 환경에서 재배돼 독특하고 섬세한 풍미를 만들어냈다. 다즐링은 스리랑카 우바, 중국 기문과 함께 세계 3대 홍차로 꼽히기도 한다. 이 소믈리에는 "티의 샴페인이라는 별칭처럼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즐링을 8시간 이상 냉침한 뒤 탄산을 더해 차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클링 다즐링과 함께 나온 '문어 세비체'는 문어와 해초가 상큼한 소스와 어우러져 청량한 맛의 차와 잘 어울렸다.
두 번째 코스는 누와라엘리야의 차례였다. 스리랑카 홍차 생산지 중 가장 높은 곳인 누와라엘리야에서 나는 차로, 쓴맛 없이 가벼운 목넘김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믈리에는 "저지대의 진한 홍차보다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차"라고 설명했다. 누와라엘리야와 함께 스리랑카 대표 간식을 요리로 재해석한 '포치드 에그'가 함께 나왔다. 달콤한 코코넛과 계란이 어우러진 음식이었다.
다음으로 벽담표설(재스민)과 재스민 꽃 향을 가향한 가나슈 몽떼로 푸른 녹차 밭 속 하얀 꽃을 표현해 낸 녹차 밀푀유가 나왔다. 네 번째 코스는 '라 페트'. 라 페트는 축제라는 뜻으로 한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콘셉으로 선보이는 르미에르의 시그니처 티다. 이 소믈리에는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미, 라벤더, 자스민 등 세 가지 꽃을 블렌딩해 화려하게 만든 우롱차"라고 했다. 라 페트와 함께 딸기와 머랭쿠키, 석류겔이 더해진 '이튼메스'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마지막 코스에는 따뜻한 블랙 차이 밀크티가 나왔다. 이 소믈리에 만의 레시피로 만들어, 보통의 밀크티보다 시나몬 향이 조금 더 진하게 났다. 날씨에 따라 따뜻하게 혹은 차갑게 제공되기도 한다.
정식 코스 외에 차를 우리고 낼 때 볼 수 있는 다양한 다구들을 구경하는 것도 아트 드 티의 재미 중 하나였다. . 우려낸 차를 걸러낼 때 일반 거름망이 아닌 천연 보리수의 잎맥을 이용한다거나, 중국 사극에서 황제가 차를 마시는 장면에 나올 법한 개완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 소믈리에는 "한국의 애프터눈티는 유럽과 달리 홍차가 아닌 예쁜 디저트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트 드 티는 정말로 티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데다 시즌마다 주제가 바뀌어 재방문율이 높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