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노리카코리아가 클래식한 이미지가 대부분인 기존 스카치 위스키와 차별화된 디스토피아 콘셉트의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 브랜드를 선보인다. 성격이 다른 두 지역의 원액을 섞어 만든 신제품을 통해 최근 다소 주춤한 국내 위스키 시장의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피트와 달콤함의 블렌딩…차세대 스카치 위스키 ‘더 디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적인 와인 및 증류주 기업 '소버린 브랜드(Sovereign Brands)'와 협업해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더 디콘(The Deacon)'을 국내에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더 디콘은 스코틀랜드 아일라 지역과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선별한 위스키를 블렌딩해 만든 제품이다. 아일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는 원재료인 보리를 몰팅(Malting, 보리에 물을 부어 싹만 틔운 후 바로 건조시키는 것)하는 과정에서 '피트(Peat, 이탄)'를 땔감으로 사용해 스모키한 풍미를 자랑한다. 반면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는 과일 향이 강하고 부드러운 단맛을 낸다. 더 디콘은 이러한 두 지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의 장점을 모아 스모키함과 달콤함의 대조적인 풍미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졌다.
페르노리카는 이번 신규 브랜드 개발을 소버린 브랜드와 함께 했다. 소버린 브랜드는 '룩 벨레어(Luc Belaire)'와 '범부 럼(Bumbu Rum)' 등의 주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으로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한 브랜딩으로 잘 알려져 있다. 페르노리카는 스카치 위스키의 높은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소버린 브랜드가 보유한 거칠지만 세련된 스타일을 더해 전통적인 스카치 위스키의 틀에서 벗어난 더 디콘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페르노리카는 20·30대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더 디콘을 차세대 위스키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찾은 브렛 베리시(Brett Berish) 소버린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진짜 훌륭한 브랜드는 블렌딩에서 시작된다"며 이번 제품이 기존에 없던 블렌딩을 지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디콘은 우리의 혁신적인 스타일을 담아낸 제품으로, 고급스럽고 독창적이며 복합적이면서도 균형이 잡혀 있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더 디콘 출시는 유행주기가 빠른 국내 주류시장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렌드에 따라 그에 맞는 제품을 기존 브랜드의 라인업의 확장이나 고급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부재한 콘셉트의 제품군을 직접 기획해 선제적으로 선보이는 방식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최근 몇 달 간 국내 위스키 카테고리가 잠시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며 "기존 관행과 규범을 깨는 더 디콘 같은 제품이 싱글몰트와 논스카치 위스키를 이을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관행과 규범을 깨는 제품을 선보여온 소버린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결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성장을 이룬 뒤 올 들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1억7923만달러(약 24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억295만달러)보다 1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입량도 1만9529t으로 작년(2만4734t)보다 21.0% 줄었다.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새 수입액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던 급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시장이 정체되면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실적도 궤를 함께 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6월 결산 법인인 페르노리카코리아의 2023 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 매출액은 1751억6164만원으로 전년(1852억6087만원) 대비 5.4% 감소했다. 판관비 축소 등 비용효율화를 통해 당기순이익(409억원)을 1년 전(336억원)보다 21.7% 끌어올리며 대응했지만 근본적인 해법일 수는 없다.
최근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유행주기가 짧은 국내 주류시장 변화에 비교적 민첩하게 대응해왔다. 기존 '발렌타인'과 '로얄 살루트' 등 블렌디드 위스키 중심이었던 주력 포트폴리오를 코로나19 기간 싱글몰트 위스키 열풍에 맞춰 '글렌리벳', '아벨라워' 등으로 확대했고, 지난해부터는 아일랜드 '제임슨'과 '레드브레스트', 미국의 '제퍼슨' 버번 등 논 스카치 위스키로 주력 마케팅 브랜드를 조금씩 수정해왔고, 이번에는 새로운 콘셉트의 신규 브랜드 출시를 통해 소비층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한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최근 정체는 추세 하락보다는 코로나19 기간 급성장을 겪었던 시장이 정상화되는 조정 과정이라는 것이다. 호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조정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소비의 영역이 제한되며 주류 소비가 늘었지만 지금은 여행 등으로 분산되며 감소하고 있다"며 슈퍼 사이클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가 훨씬 컸던 만큼 최근의 조정이 급격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조정 과정을 거치며 장기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