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과 상법 전문가들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실익은 적고,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들도 기업 이사들이 집단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우려를 표하는 중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15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은) 내용이 너무 불분명하고 막연하다"며 "주주와 이익, 노력에 대한 부분 정의가 모호해 해석의 여지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8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기업의 이사가 내리는 경영상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유 팀장은 "불분명한 정의들은 판례를 바탕으로 확립될 텐데 이를 기다리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그동안 기업들은 소송에 시달리게 될 텐데 법적인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과감한 투자 등 신속한 경영 판단을 늦춰 기업 경쟁력을 떨어지게 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원칙을 건드리고 이사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폭넓게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도 기업의 경영 의사 결정이 힘들어지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의 경영적 판단에 소액주주들이 반발해 소송만 빈번해지고 경영권 공격 세력에게 악용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8개 경제단체와 한국기업법학회도 공동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 세미나를 열고 토론을 벌였다.
세미나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는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주주 피해를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올바른 해법도 아니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신성호 서성호 기업법학회장은 "주식회사법제의 이론적 근간을 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사를 보수적인 경영으로 내모는 과잉입법"이라며 "사기업의 영리행위 보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입법 만능주의"라고 지적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들이 주주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회사법 위임 체계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대안을 제안했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을 개정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의무 ▲이사의 충실의무(현행)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노력 및 특정주주 이익·권리 부당 침해 금지 ▲환경·사회 등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항 고려 등을 열거하자고 주장했다.
한예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