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선보이며 '기적의 비만약' 열풍을 이끈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마침내 국내에 상륙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를 국내에 유통하는 쥴릭파마코리아는 이날부터 병·의원과 약국을 상대로 위고비의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의 체중 감량 및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허가받았지만 물량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면서 약 1년 반이 지나서야 실제 처방이 임박하게 됐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기반의 세마글루티드 성분 약물이다. 이 약은 처음에는 GLP-1이 인슐린과 함께 췌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조절한다는 점에 착안해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이 성분이 위와 뇌에도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등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로도 선보이게 됐다. 위고비는 펜 모양 주사 1개를 주 1회, 1개월씩 투여하도록 제조된 전문의약품이다. 0.25㎎부터 2.4㎎ 총 5개 용량으로 구성돼있는데 처음에는 0.25㎎ 주 1회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증량한 후, 16주 차를 넘어선 후에는 2.4㎎ 펜을 계속해서 유지용량으로 투약하게 된다.
위고비는 판매가 시작된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 해외 8개국에서는 선풍적 인기를 보이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45억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407%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에 더해 비만이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심혈관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임상에서 추가로 확인되면서 나날이 치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치매 치료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이 한국 등에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위고비는 이처럼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는 등의 효능을 보이면서 미국 등에서는 공공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재 급여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비급여로 출시될 전망이다. 위고비는 미국에서는 한 달 투약 기준 1350달러(약 180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월 37만2025원으로 공급된다. 이는 병·의원·약국에 공급되는 가격으로 비급여 의약품임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은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의료기관마다 달리 책정될 전망이다. 실제 공급은 16~17일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위고비에 대해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라며 "사용자는 이를 온라인 등에서 개인 간 판매, 유통하거나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30㎏/㎡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만 처방받을 수 있다. 또한 복용 과정에서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나타났다.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의 저혈당·망막병증 등의 발생 우려도 있어 관련 질환자는 투여에 신중해야 한다.
이춘희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