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취재진 사전공개로 개막한 파리 모터쇼에는 유럽 현지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다수의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전시장을 꾸렸다.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이 당장 이달부터 시행을 앞둔 상황이나 중국 업체는 아랑곳 하지 않는 모양새다.
올해로 126년째를 맞는 파리 모터쇼는 올해 유럽서 열리는 자동차 전시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유럽은 자동차의 본고장이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현지 자동차 제작사는 최근 전동화 전환 시류에 뒤처진다는 인상을 준다. 자국 시장과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큰 중국 전기차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쥐고 있다. 전기차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은 제1 타깃이다.
올해 파리 모터쇼에서 전시장을 가장 크게 마련한 곳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르노다. 2500㎡ 규모 전시장에는 르노를 비롯해 다치아·알핀·모빌라이즈 등 르노그룹 산하 브랜드 다수가 참여했다. 보급형 전기차로 꼽히는 르노 4 E테크 일렉트릭을 비롯해 전 세계 최초공개한 차종 7개를 포함해 콘셉트카 2종 등을 전시했다.
르노는 과거 디자인을 재해석한 신차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특히 1960년대 미국에서 불거졌던 비폭력 저항의 상징 ‘플라워파워’를 상징하는 르노4 콘셉트카를 두고 취재진이 큰 관심을 보였다. 전시장 현장에는 꽃무늬 두건과 복고풍 패션의 모델이 전시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날 오후 행사장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르노 부스에서 콘셉트카 엠블렘과 르노 5, 트윙고 등 차량을 살펴봤다.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비야디(BYD)도 전시장을 꾸렸다. 찰리 리 BYD 부사장은 배터리·플랫폼 등 자사 핵심기술을 소개하며 "BYD는 헝가리, 브라질, 우즈베키스탄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팔고 있는 전기차를 비롯해 최근 수출을 시작한 씨라이언7 등 신형 전기차를 소개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브랜드의 연합체 스텔란티스는 중국 전기차 업체 링파오(립모터)와의 합작사를 비롯해 다수 전기차를 알렸다. 합작사 립모터 인터내셔널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전기차 사업을 맡았다. 링파오의 전기차 개발기술, 스텔란티스가 갖춘 전 세계 영업·정비망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립모터 인터내셔널은 내년 말까지 유럽에 판매점 500곳을 내기로 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와 주쟝민 링파오 사장이 함께 취재진을 상대로 최신 기술과 현지 사업계획을 소개했다. 타바레스 CEO는 "첨단기술과 저렴한 전기차 대중화라는 공동목적과 책임감을 갖고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했다"며 "이러한 파트너십(합작사)은 고객에게 깨끗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자동차를 추가로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기아가 이번 행사에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를 공개했다. 유럽에 연말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EV6, EV9과 목적기반차량 PV5 콘셉트카도 전시했다. 현대모비스는 프라이빗 부스를 꾸렸다. 완성차 업체 등 미리 초청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신제품·기술을 시연하는 등 영업에 주안점을 뒀다. BMW그룹은 신기술 등을 적용한 콘셉트카 비전 노이어 클라쎄를 전시하는 한편 미니 존 쿠퍼 웍스 전기차 등을 최초로 공개했다.
최대열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