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4년…'톱티어' 길 걷는 현대차

정의선 회장 취임 4년…'톱티어' 길 걷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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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로 회장 취임 4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현대차는 코로나19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유유히 성장하며 세계 '톱티어'에 올라섰다.
선대 경영진의 업적을 기반으로 회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켰고, 이제는 자동차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정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4년을 맞는다.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입사 이후 현장에서 임직원과 동고동락하며 경험을 쌓고 자동차 시장에 대한 통찰을 키웠다.
그 결과 회장 취임 2년 만인 2022년 현대차그룹은 세계 판매 순위 3위에 처음으로 등극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으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 A를 받았다.
3대 신용평가사가 A등급을 매기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하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의 도요타, 혼다가 전부다.
업계 후발주자로선 유례없는 성공이라는 평가다.


고객 중심 혁신에 집중

정 회장의 경영 핵심은 한결같이 '고객'이다.
그가 취임사와 취임 이후 4번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도 '고객(38회)'으로 미래(32회)와 성장(30회)에 우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지난 8월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상향 조정할 때에도 이 지점을 주목했다.
S&P는 "현대차·기아는 2022년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섰으며, 지난해에는 북미에서 4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며 "제품군을 소비자의 선호에 맞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프리미엄 라인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위상 변화는 브랜드 가치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지난 8월 발표한 신차 첨단 기술 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차 그룹이 1위를 차지했다.
제네시스는 4년 연속 전체 브랜드 1위에 올랐고, 현대차와 기아는 일반 브랜드 1, 2위를 석권했다.


최근 10년간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차’ 등을 각종 시상식에서 현대차·기아는 총 66개 상을 받으며 2위인 폭스바겐을 크게 앞질렀다.
이에 힘입어 인터브랜드의 2024년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현대차는 230억달러, 기아는 81억달러를 기록했다.
양사 합계액은 311억달러로, 2020년 201억달러 대비 4년 만에 54%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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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영업이익률 모두 굳건

현대차그룹은 외형과 내실을 모두 다지며 세계 '톱3' 자리를 다지고 있다.
2022년 처음 연간 세계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올 상반기까지 도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4위에 올랐고, 올해 상반기에도 친환경차 16만대 등 총 81만여대를 판매하며 순위를 지켰다.


현대차그룹은 다각화된 지역 포트폴리오,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감소 극복이 가능한 강력한 하이브리드(HEV) 라인업,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상품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판매를 지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수익성도 최상위권이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 10.7%를 기록했다.
세계 상위 5개 완성차 업체 중 최고 수준이다.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9조4599억원, 14조90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지난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6조9831억원)이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45억8800만유로(약 6조7935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체질 개선도 순항 중이다.
후발주자들의 전형적인 박리다매 형태에서 벗어나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판매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세계 완성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었음에도 현대차·기아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 중 RV·제네시스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기아도 같은 기간 주요 시장인 미국 내 RV 판매 비중이 78%에 달했다.


전기차 주춤해도 혼자 달렸다…친환경차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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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은 미국 기준 올 상반기 6만1883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가장 경쟁이 심한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60.9% 판매량이 증가했다.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뛰어오르며 테슬라에 이은 2위에 올랐다.


대외 각종 수상도 휩쓸었다.
기아 EV6가 2022년 ‘유럽 올해의 차’와 2023년 ‘북미 올해의 차’를 차지했고, 2022년 현대차 아이오닉5, 2023년 현대차 아이오닉6, 2024년 기아 EV9까지 ‘세계 올해의 차’를 3년 연속 석권했다.


일찌감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E-GMP는 정의선 회장이 적극 주도한 전기차 선도 전략의 출발점이다.
E-GMP에 탑재된 동력시스템은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최고 10대 엔진 및 동력시스템'을 3년 연속 수상했다.


특히 전기차 캐즘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가 빛을 발했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5.6% 증가한 49만대가량이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말까지는 양사 합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처음 100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세계 판매량 순위가 동시에 상위 5위 안에 들어선 것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반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친환경차 전략이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 친환경차의 핵심축 중 하나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다.
기존 넥쏘의 후속 모델을 내년 출시하고, 향후 10년간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수소산업계 '톱티어'의 입지를 더 다진다는 전략이다.


로봇·SDV·PBV 등도 강화…"미래 모빌리티로 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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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로봇·미래항공교통(AAM)·이동수단 서비스 등 기존 자동차 업종을 넘어 ‘인류를 위한 진보’를 명목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의 경우 로보틱스랩,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인공지능(AI) 연구소 간 국제 협업을 바탕으로 로봇 활용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공지능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지능형 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AAM 분야에서는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했다.
미래 AAM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즈’, 미 항공우주국(NASA) 등 해외 기업, 정부 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AAM 시장 개화가 예상되는 2028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본업인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가고 있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본격화를 대비해 사용자 중심 환경을 제공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오픈형 생태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여러 비율의 중앙 디스플레이 등을 개발해 2026년 상반기에 양산 차량에 적용한다.
그해 하반기에는 고성능 전기·전자 구조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를 공개하고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및 사업을 실증할 방침이다.


목적기반차량(PBV)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PBV 개념이 적용된 ‘ST1’을 출시했다.
기아도 내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하고, 이어 대형 및 소형 PBV 라인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물류 회사나 모빌리티 기업, 개인 사용자로 영역을 확대하고 2026년에는 일본 내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 회장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상황에도 임직원들에게 '미리미리'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민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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