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2024년 노벨상에서 연이어 수상했다. 노벨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노벨상 불모지'였던 한국도 적극적인 지원만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탄 'AI의 대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AI와 연관이 있다. 특히 허사비스의 경우 30대에 노벨상을 타는 성과를 냈다. 노벨상 초기인 1900년대 초 이후 보기 드문 사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으로 20대에 노벨상을 탔다. 1921년의 일이다. 지금은 이런 일이 거의 없다. '린다우 노벨수상자 회의'도 20년 이상 연구를 한 40대 50대 학자들이 노벨상을 받는다고 파악했다.
AI시대에 이런 공식이 무너졌다. 허사비스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알파폴드'의 경우 2020년에 논문이 나왔다. 불과 4년 만이다.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도 2021년 단백질 구조 해독을 위한 '로제타폴드(RF)'를 내놓은 뒤 2022년 원하는 대로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AI '로제타폴드 디퓨전'을 공개했다. 불과 3~4년만의 연구에 노벨위원회가 힘을 실어준 것이다.
베이커 교수의 연구실에서 활동했고 '로제타폴드' 논문의 제1저자인 백민경 서울대 교수의 제언은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힌트다. 백 교수는 "베이커 교수팀의 연구는 2003년부터 시작됐지만, AI를 도입하면서 연구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면서 AI 연구를 위한 컴퓨팅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커 교수가 연구 지원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마침 학교 인근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GPU 자원을 지원받으며 연구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고 말했다. 학내에서는 AI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대규모 GPU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정부나 민간 차원의 지원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예다.
백 교수는 한국의 연구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벨상은 독창성을 원한다. 새로운 연구를 하는 데 지원이 이루어져야 가능하지만, 한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연구를 제안하면 '미국에서도 안 하는데 이게 되겠냐'는 반응이 많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백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실패도 용인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을 반겼다. 그는 "정말 의미 있는 연구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인공지능 시대에 노벨상을 받기 위한 간단 명료한 해법이다.
백종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