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속되는 삼성전자 위기설 속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현안에 관해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11일 필리핀·싱가포르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했다. 이 회장은 "삼성 반도체 위기설이 나오는데,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어 "하반기 파격적인 인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굳게 입을 다문 채 대기 중인 차량에 올랐다. 과거 취재진을 향해 "수고가 많으십니다" 등의 인사말을 하던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최근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을 중심으로 위기설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그러면서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을 방문해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회사 주요 경영진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장을 둘러보며 관련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출장 길에 함께한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도 "하반기 인사에 신상필벌이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올 하반기 모바일 실적 개선과 갤럭시S 시리즈에 엑시노스 AP 탑재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준비가 되는 대로 기회가 될 때 다시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주력인 레거시 D램과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부진,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지연 등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이에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반성문까지 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잠정실적과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부진을 의식한 것인지 삼성전자 주당 5만원대로 떨어지며 위기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편 재계에선 오는 27일 이 회장이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이해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사업 부진과 모바일 사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이 회장의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주년 때에는 별다른 행사나 메시지 없이 조용히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