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엎고 '인공지능(AI)의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면서, 과학계의 이목이 하루 뒤 발표되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에게 쏠리고 있다. AI 연구자가 연이어 노벨 화학상까지 차지 할 가능성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발표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오늘날 AI 시대를 연 인공 신경망 연구로 기계 학습의 토대를 놓은 제프리 힌턴 교수와 존 홉필드 교수에게 수여됐다.
특히 힌턴 교수의 수상은 딥러닝을 통해 'AI의 겨울'로 불리던 1970~2000년 암흑기를 극복하고,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물리학계에서도 예상 밖이었던 이번 수상은 AI 기술이 과학 연구에 미치는 중요성과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동안 노벨상은 보수적이라는 이미지였다. 수십년간 기초과학연구에 기여한 인사들이 수상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AI의 수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반신반의했던 이유다.
이제 물꼬는 터졌다. 물리 노벨위원회가 AI가 연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한 만큼 화학상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당장 9일 발표되는 노벨 화학상도 유력 후보가 AI 관련 인사다.
노벨상 수상자 예측으로 잘 알려진 클래리베이트는 올해 노벨 화학상 후보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을 거론했다. 이들은 3차원 단백질 구조와 기능의 예측 및 설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AI 전문가인 백상엽 전 LG CNS 사장은 "노벨상 각 분야가 AI에 먼저 상을 주려 경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 분야가 선제적으로 움직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 전 사장은 "물리나 화학이 아니었다면 생리의학상에서도 AI 인사가 수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전 사장은 "홉필드 교수는 물리학자이면서 AI도 연구했지만 힌턴 교수와 위상 격차가 크다. 힌턴 교수에 수상을 하기 위해 홉필드 교수를 묶은 것일 수 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해당 분야 노벨위원회가 심사한 뒤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의결해 결정되며 발표 순간까지 수상자를 비밀로 한다.
한편 허사비스 CEO와 점퍼 연구원이 개발한 '알파폴드'(AlphaFold)는 과학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2021년 발표된 알파폴드 관련 논문은 이미 1만6000회 이상 인용되었으며, 최근 발표된 '알파폴드3'은 더욱 진보된 기능으로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스먼 박사는 "AI 기술은 기초 과학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발견의 시대를 열었다. 놀라운 정확도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능력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약물 개발을 가속하는 데 있어 전례 없는 진전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알파폴드의 영향력은 이미 실제 연구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래빗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알파폴드를 활용해 30일 만에 간암 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성분을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백종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