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분야에 2조4000억원 규모를 공동투자해 내년 한국형 AI 개발 및 공공·금융 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MS와의 협력으로 한국의 기술 주권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10일 김영섭 KT 대표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AICT 사업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MS와 협력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위험하지 않냐고 우려하고 있는 것을 안다"며 "MS는 세계적으로 주권을 지켜주면서 공공·금융 부문에서 KT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져다가 소버린티(자주권)을 확실히 지켜가면서도 제품과 서비스를 가장 빨리 제공하는 것이 KT가 기여하는 것이고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MS와 협력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 대표는 "AI·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파트너를 찾던 두 회사의 지향점이 잘 맞았고 한국형 AI·클라우드 모델을 공동 개발해 제공하자는 사업 목표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원우 한국MS 대표는 "MS는 한국형 AI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산업 전문성과 융합해 더 파괴적인 AI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고도화된 AI 솔루션은 MS의 확장뿐만 아니라 KT의 파트너십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KT는 MS와 5년간의 2조4000억원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투자 비용 중 50%는 연구·개발(R&D)에 쓰인다. 양사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 및 서비스 개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I 전환(AX) 전문기업 설립 등을 협력한다. 정우진 KT 컨설팅그룹장(전무)은 "AX 사업 매출 전망은 5년간(2025~2029년) 누적 매출 최대 4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GPT-4o 기반 한국형 AI 상반기 개발…자체 AI '믿음' 개발도 지속 한국형 특화 AI 모델은 GPT-4o를 기반으로 내년 2분기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소형언어모델인 '파이(Phi) 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도 2분기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형 AI는 국내 데이터·법·규제·문화·언어를 반영해 한국에 최적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KT는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 절차에 들어갔다.
MS와의 협업과 별개로 KT 자체 AI인 '믿음'의 개발도 손 놓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부사장)은 "믿음의 경우 초거대 AI 모델과 경쟁하지는 않고 있으며 소형언어모델(sLM)을 통해 기업의 수요를 맞추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믿음 라인을 키워갈 것"이라고 했다.
KT는 이러한 협업을 바탕으로 차세대 AI 모델에 대한 개발을 진행하면서 범용 인공지능(AGI), 초인공지능(ASI) 등 AI 관련 기술도 주도할하겠다는 계획이다. 6G 등 미래 통신 분야 기술과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IT 기술 분야도 준비한다.
클라우드는 1분기 상용화…"韓에 맞는 보안 개발 중" 국내 규제에 부합하는 공공·금융 부문 클라우드 서비스 공동 개발도 나선다. 이는 내년 1분기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오 부사장은 "클라우드의 보안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준비됐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기술적인 것은 많이 준비돼있지만, 한국 제도에 맞게 풀어나가는 방법은 공동개발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KT의 자회사인 KT클라우드의 역할 축소 우려에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역으로 성장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KT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 입장에서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MS와 KT의 협업으로 데이터센터에 클라우드와 관련해 MS 애저 부분이 확장되고, 서비스 포트폴리오에도 신규 모델들이 들어올 수 있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다"고 했다.
KT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서비스 파트너들과 협력해 기업고객에게 개발에서 운영까지 모든 단계(엔드 투 엔드)를 제공함으로써 CSP와 '관리형서비스공급자(MSP)'를 병행하는 ‘토털 클라우드 사업자’로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AX 전문기업 KT 자회사로 출범…인력 양성도 함께 같은 시기 양사는 AI·클라우드 분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AX 전문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해 출범한다. AX를 꾀하는 기업들에 컨설팅·아키텍처·디자인 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선다. 정 전무는 "초반에는 MS의 인력이 집중적으로 들어오고 KT는 사업을 끌고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최고 전문가와 계약이 돼서 시작되는 것"이라며 "생태계 역량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신설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AX 전략 펀드'도 공동 조성한다.
내년 중 공동 설립하는 '이노베이션 센터'에서는 AI·클라우드 기술을 연구한다. KT는 MS의 리서치센터와 공동으로 AI와 미래 네트워크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들의 참여도 확대한다. 국내·외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도 힘쓸 예정이다. 기존 통신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트워크 현대와 및 6G 공동 연구, 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산업별 AX와 GPU·NPU 공동 연구개발도 함께한다.
AI·클라우드 인재 육성을 위해 5년간 기술·컨설팅·마케팅 등 역량 향상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황서율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