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잊습니다” 작년 LG 우승 주역 2루수, 만원 관중 기립 박수받는 영웅 됐다 [SS스타]

“빨리 잊습니다” 작년 LG 우승 주역 2루수, 만원 관중 기립 박수받는 영웅 됐다 [SS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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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점점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낯선 상황은 아니다.
2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순간이지만 지난해 대반전으로 모두 인정하는 핵심 선수가 됐다.
준플레이오프(준PO) 시리즈 균형을 맞춘 LG 주전 2루수 신민재(28) 얘기다.

공수주에서 두루 활약했다.
지난 6일 준PO 2차전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2-2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친 후 2루 도루로 KT를 압박했다.
네 번째 타석인 6회말에는 앞타자 홍창기의 자동 고의4구로 만루 찬스를 맞이했다.
상대 투수 손동현의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공을 골랐고 볼카운트 3-1에서 적시타를 날렸다.
가장 자신 있는 코스로 들어온 공을 놓치지 않으며 2타점 적시타. 상대 좌익수 김민혁의 송구 실책까지 나오면서 주자 싹쓸이가 이뤄졌다.

7회초 수비에서도 빛났다.
2사 1, 2루에서 강백호의 내야진 가운데를 뚫을 수 있는 타구를 잡아냈다.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를 뽐내며 수비 또한 명불허전임을 증명했다.
6회말 리드폭을 넓힌 적시타에 7회초 실점을 막는 수비까지. 신민재의 활약으로 LG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성공만 있지는 않다.
야구가 그렇듯 매 순간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다.
5회말이 그랬다.
볼넷 후 투수 견제 실책으로 2루까지 밟은 신민재는 이후 오스틴 딘의 타구에 홈까지 질주했다.
신민재의 주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홈 질주였는데 결과는 태그 아웃. 결과는 실패였다.
비디오 판독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신민재는 지난 7일 준PO 2차전이 끝난 후 “5회 홈 슬라이딩은 나도 아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대주자였다면 그대로 끝이었을 것이다.
다음에 언제 또 대주자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고 힘들게 다가온다.
그런데 지금은 다음 수비를 준비해야 하고 타석도 또 들어가야 한다.
다음에 집중하면 되니까 실패를 빨리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다.
주전으로 도약한 지난해부터 실패 후 성공 공식을 만들었다.
도루에 실패해도 다음 타석에서 적시타를 치는 경우가 많다.
타석에서 찬스를 놓치면 호수비로 실점을 막는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게 야구임을 알기에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기 전까지 집중한다.

그래서 6회말 찬스도 자신이 있었다.
신민재는 상대가 홍창기와 승부를 피한 순간을 두고 “짐작은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상황이 나와서 재미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노릴까 했는데 볼이 오더라. 볼카운트 3-1이 됐을 때는 바깥쪽 하나만 봤다.
정말 생각한 대로 그 공이 왔고 자신 있게 쳤다”고 기억했다.



1군 경험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그래도 지난해 몰아서 모든 것을 경험했다.
처음으로 주전이 됐고 체력적 한계와 마주하는 시기도 겪었다.
꿈도 꾸지 못했던 한국시리즈(KS) 무대에서 주전 2루수로 출장해 29년 한을 푸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신민재는 “작년에는 KS를 했고 지금은 준PO를 하고 있다.
작년에 더 큰 것을 해봐서 긴장이 덜 된다.
KS를 경험한 게 큰 무대를 치르는 데 확실히 유리한 점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패를 잘 극복하는 비결에 대해서는 “모든 플레이를 하나로 끊고 다음을 준비하려 한다.
잘했을 때는 잘한 것으로 끊고, 실수했을 때는 실수한 것으로 끊는다.
좋든 나쁘든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된다.
늘 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8회말 마지막 타석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던 ‘신민재!’ 구호 또한 강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신민재는 “사실 집중하고 있으면 함성이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는 잘 들리고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렇게 모두가 인정하는 핵심 선수가 됐다.
과거 자신의 위치에 있는 후배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건넨다.
신민재는 준PO 1차전 9회말 도루에 실패한 김대원에게 조언한 게 있나는 물음에 “대원이와 같은 입장이었고 같은 경험도 했다.
사실 그 상황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며 “대원이에게는 그냥 신경 쓰지 말고만 들어가 쉬라고만 했다”고 답했다.

다음이 있다.
실패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
신민재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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