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으로 만든 컴퓨터가 세상을 구한다? [테크토크]

'버섯'으로 만든 컴퓨터가 세상을 구한다? [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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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프로세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막대한 에너지 소모, 이에 따른 발열량 관리입니다.
실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논란의 대상으로 부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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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컴퓨터는 정녕 불가능할까요? 어쩌면 '버섯'이 컴퓨팅의 딜레마를 해결할 구원투수일지도 모릅니다.


'버섯'으로도 지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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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먹는 버섯은 사실 균류(fungi)입니다.
균 중에서도 갓과 자루를 가진 균사체이지요. 버섯은 먹을 수도 있지만, 사실 실리콘 컴퓨터 칩을 대체하는 '생체 컴퓨터'로 만들려는 연구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실제 지난해 영국 웨스트오브잉글랜드 대학교 '비전통적 컴퓨터 실험실(UCL)'에선 균류를 사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코넬 대학교에선 최근 반은 버섯이고 반은 로봇인 다각 보행체를 구현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로봇은 버섯을 제어 체계로 활용한 겁니다.


어떻게 버섯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동할 수 있는 걸까요. 과거부터 생물학, 컴퓨터공학계에선 버섯을 비롯한 균류가 작동하는 방식이 컴퓨터와 유사하다고 여겨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곤 하는 버섯, 곰팡이 같은 균류는 실제 '균'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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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사체는 보통 땅 밑으로 뿌리를 내려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이 네트워크의 단말들은 미세한 전기 신호를 통해 상호 작용합니다.
이 '균체 네트워크'는 컴퓨터 칩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프로그램 로직을 형성하는 방식과 흡사합니다.
수십억년에 걸쳐 이뤄진 진화압이 만들어낸 '자연 컴퓨터'라 칭할 만 합니다.


자연 컴퓨터의 장점은 인간이 만들어낸 실리콘 컴퓨터보다 훨씬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이건 사람의 두뇌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따라잡으려면 지금의 대형 언어 모델을 티끌처럼 보이게 만드는 초대형 인공 신경망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구동하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합니다.
반면 사람 두뇌가 평생 필요로 하는 열량은 이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지요.


땅 밑에 뻗어난 초대형 네트워크…'자연 컴퓨터'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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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류와 유사한 단세포 생물인 '점균류(Slime mold)'를 컴퓨터로 만들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점균류는 썩은 나무 그루터기 따위에서 피어나는 단순한 진핵생물인데, 서로 군체처럼 뭉쳐 느릿느릿 이동하며 양분을 찾습니다.


점균류는 땅을 향해 촉수, 혹은 '발'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이동합니다.
양분이 많은 방향으로는 점점 발을 뻗어 나가고, 양분이 없는 쪽으로 펼쳐진 발은 서서히 도태시켜 축소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몸 전체를 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방향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경로 찾기'는 지능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 중 하나입니다.
점균류는 극히 단순한 생물이지만 '양분이 있는 곳으로 몸을 늘리고 없는 곳에선 몸을 없앤다'는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나름의 길 찾기 알고리즘을 형성한 겁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점균류의 특성을 이용하면, 더욱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초대형 생물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제로 2021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선 점균류로 '기억 장치'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양분이 풍부한 쪽을 느끼고 뻗어나가는 점균류의 각 '다발'을 정보 저장 단위로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마치 실제 컴퓨터의 메모리 장치처럼 말입니다.


이런 특성을 잘 이용하면, 언젠가는 균류나 점균류가 훨씬 복잡한 연산도 처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우리가 오늘날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컴퓨터, 반도체도 과거엔 극히 단순한 진공관 연산장치에서 시작해, 수십억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춘 로직 칩으로 거듭났습니다.
어쩌면 균류도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쳐 지능을 손에 넣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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