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설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차 거세지는 모습이다. 그간 삼성전자 경영과 관련해 긴 침묵을 이어오던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실적 전망치를 지속해서 낮추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11조2313억원으로 한 달 전(13조6606억원)보다 17.78%나 줄었다.
삼성전자 주가도 하락세다. 16거래일째 6만원대에 갇혀 있으며, 지난 2일에는 장중 5만원대를 터치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1년 7개월 만에 ‘5만 전자’ 기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위기론에 더 불을 지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해당 지역 인력 중 약 10%를 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정”이라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지만 현재 회사 사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글로벌 경쟁에서도 삼성전자는 과거처럼 독보적인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꿰찬 SK하이닉스를 삼성전자가 쫓는 형국인데 양사 간 격차는 점차 더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5세대 제품인 8단 적층 HBM3E를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을 최초로 양산하는 사이 삼성은 8단과 12단 모두 HBM 업계 ‘큰손’인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선 대만 업체인 TSMC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TSMC가 올 하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도 전 분기 대비 11% 이상 증가한 7540억 대만달러(약 31조3000억원)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올 3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파운드리에서 1조5000억원 적자를 냈고, 3분기엔 4000억~5000억원대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예측이다.
메모리 부진뿐 아니라 파운드리의 지속적인 적자 때문에 삼성전자의 DS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는 5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 분기보다 2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시장에선 DS부문 실적을 안정시키려면 파운드리 회복세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낮은 수율(양품 비율) 탓에 사업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업계에선 HBM3 수율을 놓고 삼성전자 10~20%, SK하이닉스 60~70%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갤럭시 스마트폰 일부 기종이 최신 업데이트 이후 계속 꺼졌다 켜지는 ‘무한 부팅’ 이슈로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갤럭시 버즈 신형 제품에서 품질관리(QC) 문제가 제기되는 등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께서 반도체 수율이 SK하이닉스에 일시적으로 뒤처졌다는 보고를 받은 후 수뇌부를 질타하고 조직 정비와 임원 인사를 빠르게 시행한 사례가 있다”면서 “그간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다소 조용한 경영 행보를 보였던 이재용 회장이 이제는 직접 나서 삼성전자 미래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