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매년 해오던 사무처 5~7급 직원에 대한 정기 승진 인사를 올해는 뚜렷한 이유 없이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 노조는 류희림 위원장이 자신을 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심위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승급 인사를 실시해왔다. 15개년 중 7개년은 상·하반기에 한 번씩 실시했고, 2016년엔 한 해 동안 세 차례 승급 인사가 이뤄졌다. 한 차례 이뤄진 해에도 대부분 승급 인사는 상반기에 진행됐다.
방심위 직원들은 승급 지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올라온 직원 대상 내부 게시글엔 '위원장 연봉은 매년 오르는 동안 신입사원 연봉은 지속적으로 동결됐다' '시간외근무를 다 채워도 다른 기관 임금에 못 미친다' '직업의 가장 근본적 기능은 생계 수단인데, 하급 직원들의 경우 현재 임금으론 기본적 생활을 유지하기 빠듯할 정도다' 등의 익명 댓글이 달렸다.
사무처 5~7급 직원들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과 승급을 통해 임금이 오르는데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류 위원장의 올해 초 '셀프 연봉 인상'과 대비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심위는 지난 1월 전체회의에서 올해 공공기관 공통 임금인상률인 2.5%를 적용해 류 위원장 연봉을 1억9538만원으로 결정했다. 최근 국회 과방위에서는 류 위원장 연봉이 국무총리(2024년 기준 1억9763만원)와 맞먹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계속 요구해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일부러 안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인사권을 사유화해 본인을 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보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정기 승급 인사 일정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다"며 "인사 관련 사항이라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 인사는 위원장의 권한"이라고 했다.
이정헌 의원은 "류 위원장이 연봉 2억원을 받을 때, 정작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힘쓰며 일하는 직원들은 낮은 처우에 승진도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권 눈치만 보는 사람들이 윗자리를 차지하면 공직사회의 기강과 사기는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김보경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