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3분의 1은 잠을 자는 데 자동차보다는 더 투자할 수 있지 않나요? 좋은 침대는 평생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1억원은 아깝지 않습니다"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가의 침대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있다. 수면의 질을 높여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다. 고급 준대형 세단을 구매할 수 있는 높은 가격대에도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숙면 찾는 사람들 급증…"명품 침대 매출 45%↑" 29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명품 침대 브랜드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 신장률은 45%에 달한다. 해스텐스, 덕시아나, 바이스프링, 히프노스 등 세계 4대 명품 침대 브랜드들이 포함됐다.
이들 침대 제품은 스웨덴(해스텐스, 덕시아나)과 영국(바이스프링, 히프노스)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다. 침대계의 '에르메스' 혹은 '롤스로이스'라고 불린다.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천연재료를 활용해 장인들이 한땀 한땀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침대에 들어가는 재료(말총, 알파카, 양모, 면, 천연 라텍스 원목 등)도 최상급으로만 선별한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고급 재료에 높은 인건비가 반영되다 보니 킹(King)사이즈를 기준으로 봤을 때 5000만원부터 1억원 이상으로 구성됐다.
명품침대들은 보증기간이 20~25년으로 3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일반적인 침대의 사용 수명은 7~10년 정도다.
최상급 말총, 최고급 나무, 장인들의 손바느질…스웨덴 왕이 쓰는 '해스텐스' 전세계에서 최고 명품 침대로 꼽는 브랜드는 해스텐스다. 해스텐스는 172년의 역사를 보유한 브랜드로 스웨덴 왕실의 공식 침대 공급업체다. 해스텐스는 명품 패션업체 에르메스처럼 산업혁명 전 말 안장과 마구 용품을 만들던 가문이었다. 그러나 자동차가 보급이 이뤄지면서 말 용품에 대한 수요가 줄자 침대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국내에서는 가수 아이유와 제니가 사용하는 침대로 알려지며 입소문을 탔다. 해스텐스 시그니처 디자인인 '파란색 체크무늬'가 북유럽 인테리어 양식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문의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해스텐스가 소비자들에게 포근함과 쾌적한 수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말총이다. 말총은 말의 깃과 꼬리털로 고온살균 후 꼬불꼬불해지는 성질이 스프링과 같은 지지 작용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 순환 효과도 뛰어나 명품 침대들이 내장재로 많이 선택한다. 해스텐스는 검은색의 건강한 말총을 양모, 울 등의 섬유를 적절히 배합해 침대랑 제작한다.
해스텐스가 주력으로 두고 있는 '2000T' 제품의 판매가격은 약 1억원 초반대다. 이는 베이스, 미틀, 톱 매트리스 가격만을 더한 것으로 침구와 침대 머리 받침대 등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2000T를 기준으로 상위 모델은 '비비더스', '그랜드 비비더스', '아팔루사' 등이 있고 하위 모델로는 '이알라', '마랑가' 등이 있다. 상위모델은 하위모델보다 말총의 양이 더 많다.
상위 모델의 경우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침대 크기와 모양 등을 주문할 수 있다. 비비더스 모델의 경우 최고 기술을 가진 장인 9명에 의해 제작되는데, 침대 하나를 만드는데 45일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가격은 8억, 12억, 20억 등 수억원 대를 호가한다.
1억원 미만의 침대인 이알라는 2000T 보다 말총이 덜 들어가며 가격은 6500만원 정도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인데 백화점 매장에서도 가장 가운데인 '골든존'에 있다. 이보다 한단계 낮은 마랑가도 국내 인기 모델인데, 가격은 4300만원으로 5000만원 미만이다.
해스텐스 제품이 비싼 이유는 모든 제품이 스웨덴 공장(키친)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탄탄한 스프링, 밀도가 높은 북유럽산 나무, 최상급 말총을 선별해 장인들이 손수 바느질하는 과정을 거쳐 전 세계로 운송이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침대 주문부터 제작까지는 약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가격 인상도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 해마다 약 10%씩 오르고 있는데, 인건비와 재료비, 운송비 등이 늘어난 탓이다. 이 때문에 명품 침대에 대해서도 '지금 사는 것이 가장 싸다'는 말도 나온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똑같은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 생산하는 것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슬리포노믹스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수면에 투자되는 돈을 의미한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3조원으로 2026년에는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명품 침대매장 관계자는 "온돌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침대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최근에는 20대, 30대 신혼부부들의 구매 문의가 많아졌고 공부를 하는 10대들도 원하는 제품을 찾아서 부모님과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