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 심의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지난해 9월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1년 만에 나온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5개년 법정 계획이다. 필자도 기본계획 수립 자문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기본계획 수립에 힘을 보탰다.
기본계획 수립의 배경은 전략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차원의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가히 ‘기정학(技政學)’의 시대라고 할 만큼 첨단 기술의 보유 여부가 산업과 통상을 넘어 국가 안보와 동맹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계획은 전략기술을 조기 성장 동력화하고, 세계적 기술안보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주요 주안점이다. 이를 통해 초격차 대한민국을 유지하면서 과학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기본계획 수립은 국가전략기술 육성과 확보의 미래 청사진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도 계획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년마다 갱신하기로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34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아이젠하워는 “Plans are nothing. Planning is everything”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계획 그 자체보다 그 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욱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뜻일 수 있으나, 계획의 ‘Rolling’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즉, 계획은 상황 변화에 따라 지속해서 재검토되고 수정되고 업데이트되어야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계획의 'Rolling'이라는 맥락에서 향후 추가로 검토되거나 강화되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12대 전략기술 영역과 50개 세부 기술 분야에 공통으로 고려되거나 교차 기반이 될 수 있는 ‘Cross-cutting’기초과학에 대한 발굴과 투자이다. 기초과학은 모든 전략기술의 토양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으며, 빈약한 기초과학 기반의 전략기술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둘째, 향후 30년 앞을 내다보면서 미래의 전략기술을 예측, 발굴, 육성, 확보하는 장기적 비전과 계획이 요구된다. 비록 지금은 그 영향력이 미미한 신흥 기술이지만, 미래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앞으로는 세계적 기술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확보한 핵심 기술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일본은 그들의 강점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을 동맹의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전략기술은 산업과 경제는 물론, 외교와 통상, 국방, 안보, 동맹 관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계획이 범부처 계획인 이유이기도 하다.
네 번째로 인재 양성이다. 결국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이번 계획에도 인재 양성을 중요한 꼭지로 다루고 있다.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인재 정책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인재 지도 마련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갖고 보강해야 할 부분은 핵심 인재의 이탈 방지(Retention)일 것이다. 애써 키워놓은 인재들을 다른 경쟁국에 빼앗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전략기술에 대한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이다. 디지털 전환과 초연결 시대가 심화하고 있는 오늘날 모든 기술을 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비기술적인 부분에서 국가 간 연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 발전이 가져올 윤리 문제, 규범과 규제 문제, 기술 표준화의 문제는 기술 개발에 대한 협력 이상으로 중요하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