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법 준수 여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과도한 시장 지위를 통해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업비트 등 시장 내 독점적 지위에 대한 금융당국의 발언은 처음이어서 향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방향에 이목이 쏠린다. 이 원장은 26일 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원화거래소 5개사 대표와 코인(C2C)거래소, 지갑·보관사업자 대표 등 16개 가상자산사업자 CEO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시장 동향과 사업자의 규제 정착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가상자산 규율 방향 등 다양한 현안 사항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새로운 가상자산 규율체계가 원만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서도 법 시행 초기인 만큼 법상 의무의 이행 여부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미비점 보완을 사업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이상거래 감시의무와 관련해 거래소들이 능동적인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이상거래 심리단계부터 감독당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성공적인 가상자산법 정착과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원장은 법상 의무 이행실태와 함께 △시장집중 △과다한 경쟁 △경영난 등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줄 것을 강조했는데, 경쟁 심화로 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경계한 발언이다.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시장집중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실제 업비트는 최대 약 90%에 가까운 거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경쟁 거래소들의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 변화가 있어도 이날 기준으로는 국내 거래량의 73.4%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그간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높았던 업비트에 대한 경계는 물론, 빗썸의 공격적인 점유율 확보가 자칫 불공정 행위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과도한 경쟁 속 점유율이 튀는 것도 문제고, 이런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가미되는 것도 문제"라며 "불공정행위가 발견된다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정 과정을 거쳐 세계 시장 선도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에 대해 향후 가상자산 분야 감독업무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면서 "건전한 시장질서 조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법인 실명계좌 발급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 국내 가상자산 업권이 세계 시장을 이끌어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