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 당국자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조만간 시행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35년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서 근무한 존 레너드 전 CBP 무역부 부국장보는 관세, 강제 노동,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는 물론, 수출 통제와 제재 분야에서도 법 집행 기관의 조치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레너드 전 부국장보는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싱가포르 대사(Attache)로 활동하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8개국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2018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행된 주요 무역 정책인 무역법 301조(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와 무역확장법 232조(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 관세 부과) 실무를 담당한 경험도 있다.
레너드 전 부국장보는 21일 서울 종로구 김·장 법률사무소 크레센도 빌딩에서 열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美 관세·통상 정책 전망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조만간 이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미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김·장 법률사무소가 공동 개최했다.
그는 특히 하워드 루트닉 신임 상무장관 후보자가 고율 관세 부과를 강력히 지지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고율 관세 정책과 함께 관세, 강제 노동,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뿐 아니라 수출 통제와 제재 분야에서도 CBP와 법 집행 기관의 조치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은 상품의 원산지, 출처, 생산 과정, 최종 사용자 정보 등을 어느 때보다 자세하고 투명하게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관련 사업은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강화 등 중국 무역 제재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에서 원자재나 부품을 조달해 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UFLPA 규정에 따라 상품이 구금될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UFLPA를 넘어 모든 중국산 상품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만큼, 관련 리스크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기업에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 과거 프로그램의 예외 조치 사항을 잘 찾아보고, 관세 발표 전 상품이 도착할 수 있도록 물류 및 선박 항해를 신속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초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 대미 무역 흑자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제재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다"며 "한미 무역 관계뿐 아니라 글로벌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예기치 못한 일방적 조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가 1400억달러(약 195조원)에 달하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변화에 면밀히 대비하는 것은 미국에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최근 미국에 전례 없는 투자를 약속했을뿐 아니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비는 한미 양국 기업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문채석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