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를 두고 ‘위기’라는 단어가 꼭 따라붙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마저 위기설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기업문화 쇄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일부 사업 전략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이하 스카이레이크) 회장은 최근 모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삼성 위기의 원인으로 ‘관료화된 조직문화’를 꼽았다. 진 회장은 “회사 내 모든 사람이 소통하면서 문제에 대한 세세한 내용까지 공유했고,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 52시간 근무에 따라 일하는 분위기도 느슨해졌다는 게 진 회장 의견이다. 그는 “정해진 근로시간을 넘기면 처벌한다는데 어느 직원이 열심히 하겠느냐”며 “결국 전체 연구개발(R&D) 기능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지난 1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주관으로 열린 대담에서 “기술이 어디로 발전할지 모르고, 어떤 인력이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삼성이 리더십을 가진 생태계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하는 이유”라며 “이를 위해 조직문화와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위기설에 힘을 보태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우려도 높다. 실제로 삼성 파운드리는 올 3분기에만 5000억원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엔 2조원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 경쟁에서 뒤진 삼성전자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다만 진 회장은 이를 두고 “삼성이 파운드리까지 1등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진단했다. 이어 분사나 매각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패키징과 같은 후(後)공정이 앞으로 더 큰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올 3분기 삼성전자 잠정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였던 10조원을 하회했다. 앞서 ‘실적 풍향계’로 통하는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는 ‘어닝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 결국 시장에선 ‘반도체 겨울론’이 아니라 삼성전자에만 부는 ‘나 홀로 한파’라는 시각이다. 회사 경쟁력 약화를 확인한 증권가는 빠르게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4분기 매출 전망치를 82조8000억원에서 79조9000억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치를 12조2000억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3분기(9조1000억원)에 이어 4분기에도 영업이익 규모가 후퇴할 것이란 예상이다.
노근장 센터장은 “삼성전자·마이크론의 엔비디아용 HBM3E 승인 지연과 파운드리 경쟁력 약화, 부진한 3분기 실적 등이 주가 하락을 이끈 원인”이라며 “삼성전자의 문제지, 반도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 경쟁력이 높아 삼성전자는 HBM3E 시대에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힘들 것”이라며 “차기 HBM4 개발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메시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달 하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추도식을 전후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