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매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개매수를 통해 사실상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해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배경이 크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장내매수에 나설 경우 ‘시세조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공개매수 청약주식 110만5163주(5.34%)를 주당 83만원에 매수할 예정이다. 이들이 매입하는 물량은 목표치인 14.61%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당 66만원보다 25.7% 높다. 다만 이번 매수로 기존 주식에 더해 40%에 육박하는 의결권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이 자체만으론 안심할 수 없다. MBK측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7.83%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인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 MBK측 입장에선 중대 변수다.
과거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보면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측 안건에 찬성해왔다. 최근 3년(2022~2024년)간 고려아연 주총 안건 35건 중 반대는 단 3건이었다. 특히 지난 2022년엔 장형진 영풍 고문의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장 후보는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렵다"고 사유를 밝힌 바 있다.
MBK측이 국민연금의 견제를 받지 않고 과반 확보를 위해 부족한 지분을 장내에 매수하는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배경이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가 고려아연이 제시한 매수가(89만원) 보다 낮아 장내매수를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시각이 있다. 16일 종가 기준 80만9000원으로 80만9000원인데, 현 시세로 주식을 사도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문제는 시기다. 현재 고려아연 자기주식 매입 기간이어서 자칫 시세조종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자본시장법 176조에서는 "상장증권 등의 시세를 고정하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증권을 매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얼마 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SM엔터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은밀하게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주당 89만원에 414만657주(20%)를 대상으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 베인캐피탈의 매입분(2.5%)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사주로 의결권이 없고 추후 소각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공개매입이 종료될 경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기존 33.99%에 베인캐피탈 매입분(2.5%)을 더해 36.49%가 된다. 결과적으로 MBK·영풍이 우세한 지분 구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MBK측이 장내매수에 나설 경우 금융당국 고발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오현길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