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종말' 막는 사람들 [뉴 잡스]

'인터넷 종말' 막는 사람들 [뉴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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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초고령화와 초저출산, 여기에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직업의 세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직장인생의 새로운 도전, 또는 인생 2막에 길을 열어주는 새로운 직업 '뉴 잡스(New Jobs)'의 세계를 알려드립니다

오래 전 '밀레니엄 버그'라는 음모론이 인기를 끌었다.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1월1일에 전 세계 모든 서버망이 날짜를 인식하지 못해 인터넷이 붕괴할 거라는 설이었다.


밀레니엄 버그는 황당한 종말론 소동 중 하나로 막을 내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지금 인터넷이 가장 취약한 시기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공공 클라우드로 연결돼, 중앙 서버에 사소한 오류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시스템은 먹통이 되는 탓이다.
인터넷 서비스에 의존하는 빅테크들은 아예 '인터넷의 종말'을 막는 전문가들까지 고용하고 나섰다.


인터넷 먹통 사태 막는 전문가들

지난 7월19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클라우드에 연결된 전 세계 수많은 전산시스템이 동시에 멈추는 일이 벌어졌다.
이 IT 대란의 원인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라는 네트워크 보안 기업에 있었다.
이 회사의 정기 패치 프로그램이 사소한 오류를 일으키면서 정보통신망이 일제히 블루스크린을 띄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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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클라우드가 보편화한 오늘날, 공항 항공권 예약부터 병원, 정부 기관까지 모두 클라우드를 경유해 정보를 저장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라우드의 편이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사소한 버그 하나가 순식간에 전 세계 전산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리스크도 공존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 사업 매출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IT 업계에선 '카오스 엔지니어링'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한다.
카오스(Chaos·혼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예기치 못한 버그가 전산망에 일으킬 '혼돈'을 예측하고 대처하는 전문가들이다.


1980년대 애플이 만든 '몽키'에서 시작

최초의 카오스 엔지니어링은 애플이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발매할 무렵, 선임 프로그래머였던 스티브 캡스는 PC에 일부러 부하를 주는 '몽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몽키는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미친 듯이 입력해 일부러 컴퓨터에 오류를 일으켰고, 해당 오류를 팀이 잡아내며 제품을 안정화한 것이다.
이후 IT 기업들은 시스템 안정화 작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카오스 엔지니어링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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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카오스 엔지니어링에 진심인 기업으로는 OTT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의 고화질 동영상 송출은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서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그 어떤 사태라도 예측하고 막아야만 한다.
실제 넷플릭스는 2008년 갑작스러운 서버 정전 때문에 3일 동안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는 최악의 사건을 겪기도 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카오스 엔지니어들을 대거 고용했으며, 특히 넷플릭스 카오스 팀은 일명 '카오스 몽키'라 불리는 오픈소스 도구를 발명해내기도 했다.
카오스 몽키는 일부러 서버 인프라에 무작위 사고를 발생시킨다.
대규모 스트레스 테스트로 기업 시스템과 인프라가 견딜 수 있는 부하 수준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취약점을 미리 찾아 차단하는 것이다.


한 번에 수천만원 이상의 거래액이 오가는 은행 전산망, 환자의 목숨이 달린 병원, 정부 공공기관 등도 '카오스 관리'에 투자한다.
이들은 평소엔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효용도 알아보기 어렵지만, 한 번 발생하면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밤낮없이 일한다.



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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