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원장 선임이 불발됐다. 원장 공백이 8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더욱 늘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현상은 STEPI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공공기관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3분의 1 이상이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조세재정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산업연구원 원장을 선임했지만, STEPI 원장에 대해서는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라고 통보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지난 6월 25일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이민형 STEPI 선임연구위원, 하태정 STEPI 선임연구위원을 원장 후보 3배수로 추천한 이후 약 3개월 가까이 인사 검증만 하고 있다. STEPI는 문재인 정부 출신인 문미옥 전 원장이 지난 1월 임기 만료 후 이례적으로 자진 퇴임한 후 원장 공백 상태다.
STEPI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설립 목적도 과학기술 및 관련 혁신에 대한 제반 문제 연구·분석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과학기술정책, 우주, 미래 전략 등이다.
이런 상황은 STEPI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하 공공기관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63곳(부설기관 포함) 중 22곳이 기관장 공석 또는 전임 기관장 직무대행으로 운영되고 있거나 올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원장이 선임된 기관들도 1년 가까이 선임이 지연된 경우가 다수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창의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등 15개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됐다. 그중 KISTI, 한국나노기술원, 국립부산과학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 4개 기관은 전임 기관장 대행조차 없이 기관장 공석으로 운영되고 있다.
KISTI의 경우 김재수 전 원장이 연임이 불발되자, 지난달 31일부로 전격 사임했다. NST, KISTI,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원장 3배수 후보 결정 후 최종 낙점 단계에 있지만 조기에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우체국금융개발원 등은 올해 초에 기관장 임기가 끝났으나, 7~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기관장 선임 절차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기초과학연구원, 우체국물류지원단 등 7개 기관의 기관장 임기가 연내 만료된다. 우주항공청 소속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도 원장 임기 종료 후 후임을 찾고 있다.
과기계의 한 관계자는 "왜 과학 분야 기관의 원장 선임이 유달리 지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해민 의원은 "과학기술·ICT 분야 주요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제때 선임되지 않아 해당 분야 국가 경쟁력까지 저하될 지경에 이르렀다"며 "하루빨리 기관 고유 업무에 대한 전문성 있는 기관장을 선임해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종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