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K배터리 생존 전략은 CATL·BYD 등 中업체 글로벌 시장 장악 中당국 전폭 지원… 싼 가격에 ‘물량공세’ 韓 3사 다 합쳐도 ‘CATL’ 점유율 못 미쳐 LG엔솔 등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 온힘 “기업·정부 함께 기술 초격차 강화해야”
중국 ‘배터리 굴기’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술 개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긴 하지만 배터리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 업체가 장악 중이다. 2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 CATL이 점유율 31.6%로 1위다. 3위 BYD(비야디·11.9%)를 포함해 CALB(3.5%), 구오쉬안(3.0%) 등 10위 내 중국 업체가 6개나 된다. 한국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14.7%로 2위, 삼성SDI는 7.1%로 4위, SK온은 4.3%로 5위였다. 3사 점유율(26.1%)을 합쳐도 CATL 점유율에 못 미친다.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는 싼 가격과 기술력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유럽에서 중국 전기차 가격은 2만4478유로(약 3600만원), 중국 외 브랜드 전기차 가격은 5만5061유로(약 8000만원)였다. 동남아는 중국 3만1710유로(약 4660만원), 중국 외 11만6799유로(약 1억7200만원)로 차이가 더 컸다. 중국 내 잘 갖춰진 배터리 제조 공급망 덕분이다. 기술적으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중국이 앞선다는 평가다. LFP 배터리는 낮은 비용과 긴 수명, 높은 화재 안전성이 장점이다. 과거 에너지 밀도 면에서 구식 기술로 여겨져 한국은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에 집중했다. 반면 CATL 등 중국 기업은 첨단 연구를 통해 충전 시간과 주행 거리가 향상된 LFP 배터리를 개발했고, 최근 이를 찾는 완성차업체들이 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뒤늦게 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배터리의 약진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지속 가능성 확보 측면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CATL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38억5000만위안(약 7253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에 약 60억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과 경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기술력’에서 답을 찾고 있다. 더 나은 성능과 안전성으로 제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LFP 배터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는 수명, 에너지 밀도, 안전성을 강화한 LFP+(플러스) 배터리를 공개했다. SK온도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은 LFP에 망간을 추가해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LFMP(리튬인산망간철)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으로 중국과의 격차 해소를 노리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비만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배터리 산업에서 민간 단독으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업과 정부가 기술 초격차 및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적인 투자 및 R&D를 위해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와 직접 환급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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