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 제품 범람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등 복합위기를 맞고 있는 철강업계가 정부에 미국 수출 쿼터(대미 수출 할당량) 유지를 건의했다.
22일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는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의 미국 신정부 출범 대비 철강 산업 영향 점검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 현지에서는 쿼터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을 텐데 쿼터를 잘 유지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미국에 신공장을 지어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통상 면에서) 현지 투자를 어필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시우 포스코 대표,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 박상훈 동국씨엠 대표, 양영주 세아홀딩스 대표 등 CEO들이 참석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철강 산업은 2018년 쿼터제 도입이라는 큰 변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보니 미국 신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업계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업계와 정부가 ‘원팀’이 돼 철저히 준비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중국산에 고전하는 철강업계는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보호무역 일환으로 물량할당제도(쿼터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한국이 할당받은 물량은 263만t으로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무역확장법 232조의 재산정으로 쿼터 부과국에 대한 수입쿼터 축소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존재하지만 이를 우회해 한국에도 보편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 업황 부진에 대해 서 사장은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생산 효율화"라며 "효율화하고 어렵지만 잘 견뎌낼 수 있는 경쟁력을 좀 갖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호황이 됐을 때 투자할 수 있도록 경쟁력 확보하면 잘 견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철강업계는 공장 가동을 잇따라 중단하는 등 불황을 겪고 있다. 국내 1위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45년만에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못, 나사, 타이어코드 등을 생산했는데 누적 생산량이 2800만t이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어 4개월여 만에 두번째 셧다운을 결정하게 됐다. 포스코는 이외에도 구조개편에 나서고 있다.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검토중이다.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국내 철강 1·2위 기업이 공장 문을 닫아야할 만큼 철강 시황은 좋지 않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매출 9조4790억원, 영업이익 43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2.0%, 39.8% 감소했다. 현대제철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15억원으로 7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