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의 급격한 악화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기업 경영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수출 기업은 유가나 물류비 등 비용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기업들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4일 주재한 에너지 수급·수출입 종합상황 점검회의에서 정부는 "현재까지 중동 정세가 석유·가스 수급이나 수출, 공급망 등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스라엘 인근 홍해를 통과하는 국내 석유·가스 도입 선박은 현재 대부분 우회 항로를 확보해 정상 운항 중이고 물품의 선적 인도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對)중동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는 배경이다. 다만 중동은 우리 수출이 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인데다 원유 수급선이 몰린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기업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유·화학 업계는 추세적인 공급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을 겪고 있는 석화 업계의 경우 이익 악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바닥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불황의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업계에 확산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는 한편, 공급의 장기적인 추세와 흐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급 이슈의 핵심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생산기지 타격과 관련해 다음 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전면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상운임이 다시 반등할지도 수출기업들의 관심사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던 해운 지수는 7월 정점을 찍은 후 최근까지 하락 추세에 있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홍해 구간이나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수 없었던 데다 중국발 밀어내기 수출이 몰리면서 화주로서는 선박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주요 선사에서 추가로 선박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조처를 내놓으면서 최근 두 달 가까이 떨어졌다.
상하이거래소 집계를 보면 지난 7월 초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733으로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이 지수는 지난달 27일 기준 2135로 두 달여 만에 40% 이상 하락했다. 국적선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모든 선박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어 현재로선 추가로 취할 조치는 없다"며 "미국 동남부 항만파업도 마무리된 만큼 현재로선 운임 변동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다소 떨어졌다고는 해도 해상·항공 운임이 과거에 견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터라 물류비 비중이 큰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운임이 상승 추세로 돌아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타이어 업계 한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해외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나 단기간 내 수급선을 바꾸기 쉽지 않은 만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email protected] 최대열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