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AI이어 AR까지, 메타의 2연승‥속 썩는 애플

[과학을 읽다]AI이어 AR까지, 메타의 2연승‥속 썩는 애플

M 최고관리자 0 2

지난 9월 말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위치한 메타(META) 본사에서 열린 ‘커넥트’ 행사 중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신형 ‘퀘스트’ 가상현실(VR) 단말기를 소개하더니 갑자기 안경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안경이 행사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커버그가 오라이언(Orion)의 주요 기능을 시연했다.
건물을 바라보면 실시간으로 정보가 오버레이 되었고 외국어 간판은 자동으로 번역됐다.
식료품 포장을 바라보면 그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방법까지 알려줬다.
이쯤 되면 증강현실(AR)이 아니라 AI와 결합한 ‘신세계’ 안경의 등장이었다.


"오라이언은 단순한 기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혁명입니다.
"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AR은 헤드셋, 고글, 헬멧이었다면 오라이언은 홀로그램이 입혀진 실제 세계"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이 안경은 타임머신으로 봐야 한다"라고도 했다.


◇증강현실 역전 노리는 메타 ‘오라이언’= 기대를 모았던 애플 아이폰16이 ‘애플 인텔리전스’ AI 탑재 지연으로 김이 식은 틈을 타 메타는 신형 AR 단말기를 내놨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AI 겨울’ 논란 속에 전진이 주춤했지만 메타는 오픈소스 AI ‘라마’에 이어 AR 단말기로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면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간의 자존심 경쟁이 부각되고 있다.


메타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AI 경쟁에 나서며 앞서 나갔지만 최근 모습은 메타의 완연한 우위다.
물론 애플, 엔비디아와 메타 사이의 기업 가치 간격은 여전히 크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3조달러 대의 시가총액을 기록 중인 반면, 메타는 절반 정도인 1조400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간격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메타는 애플에 비하면 수익성이 낮고 AI 투자를 위해 엔비디아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다.


재미난 점은 메타는 애플을 향해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엔비디아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킬러앱을 보유한 메타의 고민은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을 확보한 애플이다.
애플은 이미 메타의 서비스들에 치명상을 입혔던 경험이 있다.


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오라이언의 발표는 애플과 메타 간의 오랜 경쟁 관계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고 입을 모은다.
애플과 메타의 경쟁은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디지털 미래에 대한 철학적 차이를 대변한다.
오라이언은 출시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프로토타입이지만 애플도 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저커버그, 쿡 겨냥 도발 이어가= 애플의 팀 쿡 CEO는 개인정보 보호와 폐쇄적 생태계를 강조해왔다.
반면 저커버그는 개방성과 연결성을 주장한다.
이런 차이는 AR 기술 접근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저커버그는 지난 7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대담하며 애플에 대해 언급하던 중 욕설까지 퍼부었다.
함께 대담하던 황이 놀랐을 정도였다.
애플에 대한 원한이 깊다는 게 행동으로 드러났다.


특히 메타가 애플이 야심 차게 준비한 AI와 차세대 제품으로 선보인 비전 프로에 대한 반격 제품을 준비했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로만 파악할 수 없다.


두 기업의 갈등은 2021년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ATT·App Tracking Transparency) 정책을 도입하며 본격화됐다.
이 정책은 앱이 사용자 동의 없이 다른 회사의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하는 것을 금지했다.


애플이 이용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아이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막대한 광고 수입을 벌어들이던 기업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격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메타다.
메타의 수익 대부분은 타깃 광고에서 나오는데 ATT로 인해 광고 효과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주가도 폭락했다.
그는 "애플은 자사 플랫폼을 통제하는 힘을 이용해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터넷 경제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개인 정보보호에 방점을 찍은 쿡은 저커버그의 주장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설명했다.
그는 "사용자의 데이터는 사용자의 것이며 투명성과 사용자 통제는 기본적 인권"이라고 맞섰다.


이제 2차 전쟁은 AI에서 벌어졌다.
애플식의 폐쇄형이냐, 메타의 개방형이냐는 주요한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메타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AI의 미래는 개방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사의 거대언어모델(LLM)인 ‘LLaMA’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다분히 애플을 겨냥한 발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애플은 자체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소규모 LLM을 아이폰에 탑재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질문은 오픈AI의 챗 GPT에 맡긴다.
이 과정에서 오픈AI는 애플을 통해 앱을 공급하는 협력사로 전락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애플의 행사에서 연단에도 서지 못하고 관람석에 앉아야 했다.


이런 경쟁 구도 속에서 메타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는 메타의 AI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메타는 최근 엔비디아의 H100 GPU를 대량 주문했다.
연일 저커버그와 ‘브로맨스’를 즐기던 젠슨 황은 "우리는 메타와 함께 AI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메타의 혁신적인 비전과 엔비디아의 기술력이 만나 우리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황은 메타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서도 오라이언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애플은 엔비디아와 협력관계가 아니다.
자체 개발한 AI도 엔비디아의 GPU가 아니라 구글의 TPU 칩을 빌려 만들었다.
애플과 엔비디아의 관계는 2010년 이후 갈등 상황이다.
당연히 엔비디아의 눈길은 메타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엔비디아의 지원과 메타의 과감한 투자는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있다.
비록 오픈AI라는 강력한 시장 선도 세력이 있지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간, 특히 애플과 메타의 경쟁은 엔비디아가 맞물리며 삼각관계의 서막이 올랐음을 시사하고 있다.



백종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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