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인 민정씨가 미국인 해병대 장교와 국제결혼을 올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최 회장의 차녀 민정씨는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케빈 황씨와 화촉을 밝혔다. 신랑과 신부가 차례로 식장에 입장했으며 민정씨는 아버지 최 회장의 손을 잡지 않고 혼자 식장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례는 따로 없었고, 신랑과 신부의 지인이 나란히 사회를 맡아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했다.
결혼식 참석자 등에 따르면 이날 결혼식에선 한미 전우를 위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식에 앞서 한미 전우를 위해 묵념하고, 하객석 뒤편에는 미국 전통의식에 따른 빈 테이블을 마련했다. 테이블 위에는 전사자의 피를 상징하는 장미 등 추모 물품이 놓여 있었다. '실종자 테이블'로 불리는 이 공간은 실종 또는 전사한 용사를 추모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날 예식이 일반적인 결혼식과 다르게 진행된 배경에는 민정씨와 황씨의 공통분모가 '군' 경험인 영향이다. 두 사람은 미국 워싱턴DC 듀폰서클에서 살면서 이웃 주민으로 처음 만난 뒤 군이라는 공통점으로 급격히 친해지고 부부로까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씨는 2014년 재벌가 딸로는 이례적으로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해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는 청해부대 소속으로 아덴만에 파병된 데 이어 2016년에는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황씨 또한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미 해병대 장교로 근무했으며 지난 2020년 10월부터 약 9개월간은 주한미군으로도 군 복무를 한 바 있다. 다음 달에는 다시 현역으로 전환해 미 특수부대의 군수 분야 관련 보직을 맡을 예정이다.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 5월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로 '남남'이 된 이후 처음으로 이날 만났다. 어색한 분위기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두 사람은 식장 앞에서 환한 표정으로 하객을 맞으며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중에도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신부 측 부모석에 앉아 딸의 결혼식을 지켜봤다. 두 사람은 신랑 신부와 함께 사진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된 이날 결혼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재계 총수들과 SK가(家) 일가친척들, SK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5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다.
민정씨 부부는 미국에 신혼살림을 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