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적자·환율…美 통상정책, 거세질 명분만 넘친다

경제안보·적자·환율…美 통상정책, 거세질 명분만 넘친다

M 최고관리자 0 2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취임 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2017년 4월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다.
근거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였다.
미국은 그간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나 쿼터제를 활용해 철강재 교역을 규제해왔다.
당시에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었다는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었다.


앞서 이 법 조항이 발동한 직전 사례가 2001년(철광석·철강반제품), 실제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를 인정한 게 1999년(원유·제품)이니 그간 쓰지 않던 카드를 20여년 만에 꺼내든 셈이다.
20세기 자유무역을 설파했던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국제통상무대는 ‘각자도생’ 기류가 한층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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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법으로 대외교역 압박

최근 수년간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면서 미국 국내법으로 통상질서에 영향을 주는 일도 빈번해졌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동했던 무역확장법 232조는 물론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역시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지난 5월 대중 관세 인상 조치를 내놨다.
선거 국면에서 자국 산업 보호나 경제안보를 주요 수사로 내건 만큼, 추가로 국내법을 근거로 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무역법 122조가 대표적이다.
1974년 제정된 이 법은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나 심각한 환율 저하 시 대통령이 일정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유지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낸 자료에서 "미국에서 새로운 관세정책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향후 미 행정부가 새로운 국내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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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만성화된 상황과 관련이 있다.
보호무역을 강조한 트럼프·바이든 행정부를 지나면서 미 무역적자 규모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2016년 7355억달러 수준이던 무역 적자는 이후 꾸준히 상승, 2022년 1조1835억달러로 6년 만에 60%가량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보다 수입 증가세가 가팔라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미국 상거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역국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서(관세법 338조) 혹은 비시장경제국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교역하는 나라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무역법 402조) 한 근거도 있다.


타깃은 중국이다.
전기차나 반도체 등 중국의 첨단 산업이 정부 차원이 불법 보조금으로 성장했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공공연히 무역 보복을 언급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비슷한 기조를 이어갔던 만큼, 중국을 겨냥한 관세 조치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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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손보고, 관세 때리고…과거 어땠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자고 요구했다.
겉으로 내건 명분은 단순했다.
한국과의 무역 적자가 늘어난 게 잘못된 협상 탓이라고 봤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만큼, 무역적자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한미정부는 2017년부터 1년여간 협상을 거쳐 결국 일부 조항을 손봤다.
화물자동차(픽업트럭)의 관세(25%) 철폐 시점을 2021년에서 2041년으로 늦추는 한편, 미국산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할 때 미국의 안전기준을 지키면 한국서도 인정해주는 기준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렸다.
환경기준 역시 두 배 이상 늘렸다.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부과는 면제받는 대신 미국향 수출물량을 일정 기준 이하로 낮추도록 쿼터를 정했다.
개정협상을 마친 후 자동차는 내주고 철강은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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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우선주의 기조가 강해진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은 물론 반도체나 전기차·배터리,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선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어 가며 해외 자본·기술을 유치하는 데 힘썼다.
취임 초 ‘트럼프보다 더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팬데믹을 겪으며 핵심 분야에선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적극적인 대미투자로 화답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를 보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가운데 미국 비중은 바이든 행정부 1년차인 2021년 36.3%에서 지난해 43.7%로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쥐기 위해 적극적으로 우방국 기업의 진출을 압박하는 분야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막대한 인센티브를 퍼붓는 등 ‘당근’도 내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이차전지) 등 국내 유수 기업은 잇따라 미국 현지 공장을 짓고 있거나 하나둘 가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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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email protected]
정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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