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다음 달 한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덴마크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이 약품은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로 인해 비만 치료제로서의 적응증이 추가됐다.
위고비는 지난해 4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출시가 지연됐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그동안 생산 시설 확충에 약 13 원 이상을 투자해 왔으며, 최근 한국 공급용 물량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이 약품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사용했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특히 노보노디스크의 기존 비만치료제인 삭센다는 매일 1회 자가주사해야 하지만, 위고비는 주 1회 주사로 투여 빈도를 낮춰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780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위고비의 출시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위고비가 기존 삭센다 시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국내 제약회사들의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만한 점은 위고비와 함께 개발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한국 출시 계획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오젬픽은 위고비보다 1년 앞서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보노디스크 측은 안정적인 공급 물량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오젬픽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목표로 했으나, 약가 협상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자 자진 취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오젬픽은 작년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가격 결정 직전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반면 위고비는 처음부터 비급여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건강보험에 등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가인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 후에도 한 달 치 약값이 한국 돈으로 30만 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보건 정책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한국 식약처의 보수적인 약가 책정은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신약의 국내 도입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국가에 우선적으로 신약을 출시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는 비만과 당뇨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동시에 약가와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향후 정부와 제약업계 간의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신약의 적시 도입과 합리적인 가격 책정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위고비의 한국 출시는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급여로 출시되는 만큼 실제 환자들의 접근성이 어느 정도일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사례를 통해 신약의 국내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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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 기자 [email protected] 마예나 PD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