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기업 밸류업(가치향상)을 위해 고위 임원들이 잇달아 글로벌 투자자를 만나는 가운데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를 밸류업을 위한 옵션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IPO와 별도로 인도 시장 잠재력이 큰 만큼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지금보다 3배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조주완 LG전자 대표(CEO)가 IFA 2024가 진행 중인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 밸류업(가치향상)을 위한 전략을 설명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2030 미래 비전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인베스터 포럼을 열고 이후 1년간 성과를 설명했다"며 "LG전자는 요즘 기업 가치를 올리는 활동에 진심"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9일 영국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런던으로 가는 도중 나온 말이다. 그는 "올해 주총부터 시작해 올해 5월에는 미국에서 투자자를 만났고 이번에 유럽 투자자를 만날 계획"이라며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도 싱가포르에서 최대한 많은 투자자를 만나 LG전자의 비즈니스 구조와 유망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대표가 유럽 투자자 미팅을 주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표가 시장과 소통을 확대하면서 LG전자 미래 가치 알리기에 적극 나서는 행보로 해석했다. 조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LG전자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지 상세하게 얘기하며 관심을 끌려고 한다"며 "최근 LG전자는 성숙산업으로 평가받는 가전에서 수년간 10% 이상 성장을 이뤄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HVAC(공조) 등 B2B(기업 간 거래)가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구조 밸런스도 좋은데, 이것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잘 노출이 안 됐던 것으로 보고 적극 알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열 관리를 위한 칠러 사업과 지난 3년간 18%씩 성장한 HVAC 사업, 플랫폼·콘텐츠 영역으로 변화하며 잠재력 있는 TV 사업 등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얘기를 하나하나 하려고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LG전자의 가치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평가해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밸류업을 위해 LG전자는 인도법인 IPO를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조 대표는 "현재 현대자동차가 인도법인 IPO를 추진하고 있는데,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회사 측 설명은 밸류업 관점에서 호재라는 생각이 든다"며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IPO와 별도로 인도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은 꾸준히 추진한다. 조 대표는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많은 부분을 두고 경쟁사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오랫동안 1등을 유지해 왔다"며 "2030년까지 지금보다 인도 시장 점유율을 3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인도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올 4분기 인도 출장도 계획하고 있다. 조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LG전자 등 가전 기업을 성장 잠재력이 큰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그래서 빅테크와 LG전자 협업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최한 CEO 서밋 행사에 참여하고 그 이후 한 번 더 가서 일대일로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만났다"며 "LG전자가 어떤 영역에서 AI를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고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논의하고 앞으로도 파트너십을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AI홈 허브 'LG 씽큐 온'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에 올라온 오픈AI 'GPT-4o' 생성 AI를 LG전자가 가전 고객에 맞게 독자적으로 '퓨론'이라는 AI 에이전트로 파인튜닝(미세조정)한 사례다. MS뿐만 아니라 퀄컴과 협업도 지속 강화한다. 조 대표는 "시장에선 잘 모르지만, LG전자가 자동차 업계에서 퀄컴의 가장 큰 고객"이라며 "LG전자는 텔레매틱스 전 세계 1위 업체이자 퀄컴 칩을 사용하는 가장 큰 자동차 부품 회사"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차량 내에서 진화하는 AI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심도있는 얘기를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조 대표는 올 상반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만나기도 했다. 업계에선 LG전자와 메타의 가상·증강현실 사업 협력은 잘 추진되지 않았지만 메타가 보유한 생성 AI 모델인 '라마'를 두고 두 회사가 협업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빅테크, 완성차 업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이루어 나갈 계획이다. 서로가 윈윈하는 파트너십으로 B2B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초 중국 하이센스가 LG전자가 전개 중인 텔레매틱스 사업에 도전장을 낸 것에 대해 조 대표는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 고객을 뺏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데, LG전자는 3가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고객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전자 전장 사업의 3가지 경쟁력으론 △SDV(소프트웨어정의차량)를 위한 오토모티브 소프트웨어 플랫폼 '알파웨어' △전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축적한 시스템 통합 역량 △전장 장비가 완성차에 제대로 통합되는지 검증하는 기술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