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공룡' 인텔이 창사 56년 만에 최악의 실적 부진 위기를 겪으면서 몰락하고 있다. 과거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된 낸드플래시 매각에 이어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인텔로부터 낸드 사업을 인수한 SK하이닉스는 기업용 SSD(eSSD)의 수요 증가와 더불어 고대역폭 메모리(HBM) 호황에 힘입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삼성전자와 더불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조치의 하나로 반도체 제조와 설계를 분리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인텔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수장에 오른 이후 파운드리 사업의 본격 재진출을 선언하며 투자해 왔다. 파운드리 시장에 복귀한 인텔은 최첨단 공정을 통해 기존 강자인 TSMC, 삼성전자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250억 달러(약 33조3000억원)를 투자했지만, 자체 물량 외 핵심 고객 확보에 난항을 겪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된 적자만 53억 달러에 달했다. 인텔은 또 독일과 폴란드의 공장 프로젝트를 2년간 중단하고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말레이시아의 제조 프로젝트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집적회로 반도체) 생산업체인 알테라 지분 일부도 매각하기로 했다. 알테라는 인텔이 2015년 인수한 기업으로 반도체 칩을 다양한 용도로 맞춤 제작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사실상 중앙처리장치(CPU) 경쟁력만 남은 인텔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실패하며 뒷걸음질치는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은 미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며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지난해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다운턴(하락국면)'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올 들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 증가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상승세에는 HBM을 빼놓을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업계 최초로 HBM 제품을 양산한 후 연이어 최고 성능의 HBM 제품들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면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1위 기업인 엔비디아에 최신 제품들을 사실상 독점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 2025년에는 HBM4(6세대) 12단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도 최근 들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21년 출범 후 몇 년간은 반도체 불황과 맞물리며 '아픈 손가락'으로 분류됐지만, 올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SK하이닉스 실적 호황에 일조하고 있다. AI 서버를 통해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eSSD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솔리다임은 QLC(쿼드레벨셀) eSSD의 최대 공급업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2분기 합산 eSSD 매출은 전분기보다 59.5% 증가한 18억2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eSSD 시장은 올해 116억1800만 달러에서 2027년 198억95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