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입성한 명품 주얼리 업체들이 가을 웨딩 시즌과 선물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연시를 겨냥해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13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BULGARI)'는 다음 달 1일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당초 추석 연휴 이후 값을 올릴 것으로 관측됐는데, 유럽과 일본에서 10월부터 가격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불가리의 가격 인상 폭이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과 7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평균 가격을 각각 7%가량 올렸다. 또 올해 4월에는 세르펜티, 디바스트림, 비제로원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4~7%가량 인상했다. 이에 따라 당시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가 좋은 목걸이 제품인 '세르펜티 바이퍼 네크리스'는 이전보다 30만원 오른 745만원, '디바스 드림 네크리스'는 305만원에서 323만원으로 값이 상승했다. 신혼부부들이 결혼반지로 많이 찾는 비제로원 1밴드 링도 12만원 오른 252만원을 기록했다.
이번 인상 때는 지난 4월 가격을 올리지 않은 제품들 위주로 값이 상승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비제로원 라인업 가운데 '비제로원 네크리스 미니'(299만원), '비제로원 브레이슬릿'(299만원), '비제로원 브레이슬릿'(775만원) 등은 올해 가격 변동이 없었다.
지난 11일에는 이른바 '송혜교 반지로' 알려진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제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인상 폭은 평균 8%대에 달한다. 쇼메가 가격을 올린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약 1년 반만이다. 다른 명품 업체와 비교했을 때 인상 주기가 긴 편이지만, 고환율과 국제 금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하반기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쇼메는 웨딩 밴드와 혼수로 많이 찾는 '비 마이러브', 조세핀+트리옹프 웨딩 밴드 링' ,'리앙 에비던스' 등과 '주 드리앙' 등이 인기 제품이다. 이번 인상으로 '비 마이 러브 링(다이아몬드 없음)' 가격은 기존 149만원에서 152만원으로 상승했고, '비 마이 러브 화이트 골드 네크리스'는 464만원에서 501만원으로 7%가량 올랐다. 약혼반지와 결혼반지로 선호도가 높은 쇼메의 '조세핀(플래티넘, 풀 파베)'은 489만원에서 528만원으로 약 40만원 인상됐고, '주 드리앙 네크리스'는 229만원에서 234만원으로 올랐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도 올해 1월에 이어 지난달 1일 주얼리 시계 제품의 가격을 추가로 올렸다. 가격 상승 폭은 약 4%대다. 이에 따라 '코코 크러쉬 링'(베이지, 스몰) 제품 가격은 441만원에서 457만원으로 16만원 상승했다. 코코 크러쉬 링 미니 제품은 245만원에서 253만원으로 올랐다. 국내 파인 주얼리 업체인 골든듀도 지난달 9일부터 2년 만에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듀이터널스2 귀고리 가격은 103만원에서 137만원대로 33% 인상됐다.
명품 주얼리 업체들은 금시세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최근 3개월간 약 8%가량 상승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국내 명품 소비도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1~8월 기준 명품 제품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대로 2022년 25%, 2021년 35%와 비교해 상승 폭이 줄었다. 가격을 올려 매출을 방어하려는 의도도 반영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다만 일부 업체가 금 값과는 별개로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주요 명품 주얼리 업체의 가격 인상 소식이 이어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업체들의 동향을 확인하면서 값이 오르기 전에 구매 시기를 저울질하겠다는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 해당 브랜드 제품을 염두에 뒀던 소비자들은 오르기 전에 사려고 하기 때문에 매장이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며 "인상 후 수요가 줄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명품 수요는 줄지 않기 때문에 배짱 인상에도 나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