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 감지. 침입 감지."
12일 오전 GS칼텍스 여수공장 비상대응팀 사무실에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공장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움직임을 CCTV가 감지하자 인공지능(AI)이 경고음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석유를 흘려보내는 거대한 파이프들로 가득한 공장 내 자리한 이 사무실 한쪽 벽은 36개 CCTV 화면이 꽉 채우고 있었다.
GS칼텍스 비상대응팀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200여개의 CCTV를 활용해 여의도 두 배에 달하는 공장 외곽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침입자를 파악하거나, 화재 발생 시 즉각 경보를 울린다. 공장 내부에만 655개 AI CCTV를 설치, 각 생산팀은 작업자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장을 감시하는 '눈' 855개가 밤낮없이 공장을 지켜보고 있다.
2022년부터 화재, 침입 등 이상 상황을 감지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올해 공장에 설치된 모든 CCTV에 적용했다. 김종인 비상대응팀장은 "침입 감지는 사람에 특화돼 있어서 누워있는 사람, 포복해서 기어가거나 허리를 구부린 사람들 모두 인지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현재 측정 정확도는 99%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가 여수공장을 시작으로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DX)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여수공장 재정비 작업(TA)에 3158억원을 투입해 AI와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다.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설비 관리는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설비 관리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설비 관리 통합 플랫폼을 도입해 공장 가동 효율도 끌어올린다.
MFC(Mixed Feed Cracker) 조정실에서는 공정의 전 영역을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하는 모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MFC는 정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직접 활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방식의 공정으로, GS칼텍스는 최근 여기에만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류기원 MFC생산팀장은 "압력, 온도, 유량 등 공정의 주요 변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알람이 뜬다"며 "조정실에 있는 운전 주임들이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현장에서 조치가 필요하다면 운전원에게 무전 해 현장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생산 효율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디지털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가열로 내부를 정밀 모니터링하는 ‘졸로스캐닝’ 기술이 대표적이다. 가열로는 석유를 끓여 LPG나 납사 등을 추출하는 설비로, 내부 버너가 균일하게 열을 전달해야 한다. 과거엔 숙련된 작업자가 눈으로 상태를 확인했지만, 졸로스캐닝 기술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사용량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디지털 전환을 소수 전문가가 아닌 전 직원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아카데미'를 통해 내부 전문가를 육성하고, 'DX 데이'를 열어 직원들이 각종 디지털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공유한다.
강재민 디지털혁신팀장은 "과거 디지털 업무를 정보통신(IT) 부서에서 모든 것을 수행하다 보니 현업의 문제를 잘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DX는 현업 주도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이 DX를 시도하는 타 회사들과 GS칼텍스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GS칼텍스는 이러한 DX 성공 사례를 축적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 인증도 추진할 예정이다. DX 분야 선도 회사 수준의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객관적 검증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딥 트랜스포메이션(Deep Transformation·근원적 혁신)'으로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