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맥주 기업이 제주도 지역 소주 기업을 인수했다.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의 주류 계열사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한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 용지와 설비·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을 예정이다.
제주소주는 2011년 자본금 25억원으로 설립된 제주도 지역 기업이다. 2014년 '곱들락'(20.1도)과 '산도롱'(18도) 소주를 출시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대표 소주 '한라산'에 밀려 고전을 거듭했다. 2015년 매출 1억4000만원에 당기순손실 32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무대인 제주에서도 점유율이 0.5%에 그쳤다.
신세계 이마트가 경영난에 허덕이던 제주소주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마트는 190억원에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주류업계는 이마트의 등장이 하이트진로(참이슬)와 롯데주류(처음처럼)가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소주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업계 1위 대형마트인 만큼 가정용 채널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도 했다.
기적은 없었다. 이마트는 2017년 제품명을 '푸른밤'으로 바꾸고 제품을 공식 출시했다. 도수를 16.9도와 20.1도로 나눠 각각 '짧은밤', '긴밤'으로 구분했다. 이마트는 기존 상품의 단점으로 꼽힘 '강한 알코올 향'을 개선하고 제주의 깨끗한 물을 활용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맛을 선보였다. 품질 관리를 위해 독일, 일본 등에서 인정받은 전문 검사 장비도 도입했다. 이마트는 기존 대형마트 유통망을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초반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푸른밤'은 '신제품 반짝 특수' 이후 4개월 만에 300만병 넘게 팔렸다. 하지만 충성도 높은 소비자의 마음은 얻지 못했다. 이마트는 4년에 걸쳐 제주소주에 57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도 제주소주는 적자를 이어갔다.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원에 달했다. 이마트는 결국 2021년 사업을 접었다. 제주소주는 신세계L&B에 흡수 합병됐다. 이후 신세계L&B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하고 수출용 소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6월 신세계L&B는 제주소주를 물적분할했다.
제주소주의 두 번째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영업망이 탄탄한 주류회사 오비맥주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상품인 카스와 함께 제주소주를 통해 수출 제품군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승리투수가 될 수 있을까.
임혜선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