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라디오 전시회에서 본 AI의 현주소

[기자수첩]라디오 전시회에서 본 AI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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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테니스 강습이 있고, 수업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은 차로 20분입니다.
택시를 불러드릴까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처럼 LG전자 AI 허브에 "오늘 일정이 뭐야?"라고 묻자 답변과 함께 TV에 실시간 교통상황이 떴다.
테니스 강습을 인식한 세탁기와 건조기는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알아서 '기능성 의류' 모드로 변환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 이곳에서 공개된 AI 기술은 개개인의 사용 패턴과 상황을 학습한 AI와 자유롭게 대화하고, 모든 가전제품을 통합해 제어하는 시대가 연내 열릴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수년 전부터 IFA를 관통하는 주제는 AI였지만, 올해만큼 AI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가 뚜렷하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던 듯싶다.
부탁하지 않은 일까지 알아서 척척 해주는 자비스가 현실에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란 게 현장의 목소리였다.


라디오 기술 경연장으로 시작된 IFA는 100년이 흐른 지금 이렇듯 AI 기술 경연장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IFA는 1924년 독일 정부가 당시 뉴미디어로 주목받던 라디오의 혁신적인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처음 개최한 '베를린 국제 라디오 전시회'가 시초다.
지금이야 전통 생활가전과 정보통신(IT) 기기 간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실상 종합 가전·IT 전시회로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이어오고 있는 전시회 명칭인 IFA 자체가 독일어로 '국제'(Internationale) '라디오'(Funk) '전시회'(Ausstellung)를 의미한다.
1932년 세계 최초의 자동차용 라디오가 소개된 것도, 1937년 최초의 컬러TV가 나오고 1957년 휴대용 TV의 등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도 IFA였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30년 IFA에서 기조연설자로 등장해 "모든 기술적 성취의 원천은 신성한 호기심과 숙고하는 연구원의 우스꽝스러운 추진력, 그리고 기술 발명가의 건설적인 상상력이다"라고 한 말처럼, 이제 가전기업들도 단순 제조에서 벗어나 과학적 상상력과 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번 IFA에서는 기업이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할 메시지를 전달한다.
'모두를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ll)'이다.
'미래 먹거리'라며 아무런 성찰 없이, 고민 없이 기술적 발전만을 위해 달려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 취약층들을 고려하고 개인정보 침해 등 법적·윤리적 문제를 예방하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자주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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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한예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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