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쿠팡 시흥2캠프에서 일하던 일용직 근로자가 사망한 데 대해 최근 노동단체와 정치권에서 과로사 논란이 점화되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전면 반박에 나섰다.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사망원인을 사업장에 추궁하는 것은 다소 과한 처사라는 것이다.
1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 시흥2캠프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모씨(49)는 지난달 18일 오전 2시10분께 보냉가방 '프레시백' 정리 업무를 하다 쓰러졌다. 김씨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김씨는 10년 이상 중견 토목업체에서 현장 관리자로 일한 직장이었다. 그는 휴일을 이용해 이곳에서 아내와 지난달 12일과 17, 18일 총 3차례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평소 경증 고혈압과 만성 위염 등을 앓고 있었지만, 이밖에 특별한 지병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쓰러진 당일 2시간 정도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택배노조 등을 중심으로는 김씨가 옆 라인의 프레시백 적재 작업을 떠맡으며 2명이 해야 할을 홀로 맡게 되면서 업무량이 늘어났고, 결국 사망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택배노조는 지난 5월 경기 남양주에서 쿠팡의 심야 로켓배송을 하던 40대 기사가 숨진 것을 비롯해 최근 충주, 제주 등에서도 쿠팡 노동자의 사망이 잇따르자 과로사를 주장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 중이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 대한 합동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족 측도 쿠팡의 부실한 인력관리가 업무 과중으로 이어져 김씨가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아내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남편이 쓰러지기 10분 전 내게 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는데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고 했다. 김씨가 맡은 프레시백 정리 업무는 세척기에 프레시백을 한 장씩 투입해 닦고, 박스 형태로 접은 뒤 프레시백을 포장해 적재한 다음 옮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씨는 이 가운데 업무 강도가 높은 프레시백 적재 일을 맡았다가 변을 당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반면 CLS는 김씨의 업무량이 평균 이하로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며 과로사 논란에 반박하고 나섰다. CLS는 "고인은 배우자 요청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프레시백 자동 세척 업무에 배정됐다"며 "법정 휴게시간의 3배에 달하는 휴게시간도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CLS는 그러면서 "사고 당일에도 프레시백 자동 세척 작업을 하다 2시간 만에 의식을 잃어 즉시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직장을 다니면서 3일간 아르바이트를 한 만큼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쿠팡에 무조건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CLS도 "아직 부검결과도 나오지 않은데다 고인에게 10년 이상 재직 중인 회사가 있던 만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의 사망 원인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통해 파악 중으로,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을 둘러싼 과로사 추궁은 민주노총과 정치권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앞서 제주도에서 CLS 배송캠프 헬퍼 직원의 사망 사건 당시에도 민주노총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과로사임을 공론화했다. 최근 충북 청주 지역에서 숨진 가전가구 전문설치(로켓설치) 업체 대표 사망에 대해서도 진보당과 함께 "기사 확보 미비 등 과중한 배송 업무로 사망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CLS는 이 같은 움직임에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묻지마식' 과로사 주장을 멈출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법적 조치를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고 밝힌 상태다.
쿠팡은 내년 말까지 3조원을 투자해 전국 9개 지역에 통합물류센터 FC 등 물류센터를 짓고 1만명 이상을 신규 직고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과로사 압박 공세가 거세질 경우 이 같은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모든 사망 사건에 과로사 추궁이 거세질 경우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망 원인과 이유 등이 확실히 밝혀지기 전까지 사안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