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생산적인 행동입니다. ”
아시아경제 주최로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수면의 심리학-인간의 일생 3분의1의 법칙’을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잠을 아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잠을 충분히 자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잠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잠을 안 자면서 일하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 된 대한민국을 다른 문화권의 연구자들은 고각성 사회라고 부르는데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라는 의미”라며 “한국인들은 잠을 무언가 해내기 위해서 거래하고 희생시켜도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잠은 죽어서 자라’,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등의 문구를 예시로 꼽았다.
문제는 잠이 부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외향성이 높은 사람이 잠이 부족하면 자살에 대한 상상이 증가한다”며 “외향성은 좋은 사회적 에너지이나 부족한 수면이 결부되면 그 에너지가 충동성으로 변하기 쉽고 주변 자극에 대해 비관적으로 해석하거나 예민한 반응 보이게 되면서 전전두엽 제어 기능 저하로 감정 반응 조절이 미흡해 비극적 결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서머타임(일광시간절약제)이 적용되는 미국에서 2001~2016년 620여만 개의 기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시간 수면 손실은 기부액 감소로 연결됐다”며 “잠이 부족한 의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나 기본적인 공감능력이 하한선에 육박해 진통제 용량 차이로도 이어질 수 있는 등 수면이 부족한 건 전방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수면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태만 발생, 수면 부족 지역에서의 투표율 8~14% 감소 등을 설명했다.
반대로 질 좋은 수면, 충분한 수면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소개했다. 김 교수는 “잠을 제대로 자면 잊어야 할 것을 제대로 잊고 성적 향상과 연관된다”며 “우사인 볼트도 경기가 열리기 전에 낮잠을 자는 등 잠은 불필요한 생각과 그 개입 가능성을 줄여 움직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인차 연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다양한 잠을 연구하는 건 모두가 오래 사는 사회가 됐기 때문에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며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충돌하고, 뒤섞이고, 융합된 한국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잠의 개인차를 존중하는 것’과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보령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