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해 급등세를 보인 과일값은 일제히 하락했지만 배추와 무 등 채소가격은 크게 올라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수요에 비해 올여름 무더위에 따른 가뭄 등으로 작황이 부진한 것이 가격에 반영되면서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7096원으로 1개월 전(5499원)보다 29.0% 상승했다. 이는 전년(5522원) 대비 28.5%, 평년(6260원)과 비교해서는 13.4% 오른 가격이다. 무 가격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같은 기간 무 1개 가격은 3700원으로 한 달 전(3009원)과 비교해 23.0%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2551원)과 비교하면 45.0% 상승했고, 평년(2745원)과 비교해도 34.8% 오른 가격이다.
배추와 무 외에도 채솟값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시금치 100g 가격은 4196원으로 한 달 전(1840원)보다 무려 128.0%나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2724원)보다 54.0% 비싸졌다. 당근값도 1㎏당 7532원으로 1년 전(6322원)보다 19.1%, 평년(4060원) 대비 85.5% 올랐다. 이밖에 상추(28.7%)와 풋고추(36.1%), 애호박(16.2%), 오이(15.6%), 양파(4.0%) 등 대부분의 채소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
배추와 무는 지난달 폭염과 열대야로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 지난해 추석 때보다 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우선 배추는 8월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이 감소했고, 9월 출하량도 전년 대비 2%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 역시 8월 주산지의 평균온도가 24.5도(℃)로 지난해( 22.4℃)는 물론 평년(21.9℃) 대비 2℃ 이상 상승하면서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배추와 뭇값이 상승하면서 김치 수입량은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김치 수입량은 1만5702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채솟값과 달리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과일 가격은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추석 '금(金) 사과'로 불렸던 사과(홍로·10개)는 지난 9일 기준 소매가격이 2만5345원으로 전년 동기(2만9561원) 대비 14.3% 내렸다. 배(신고) 가격은 10개 기준 2만831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288원)과 비교해 3.8% 올랐지만 한 달 전(7만6077원)보다 62.8%, 평년과 비교해도 18.6% 하락했다. 이 밖에 포도와 감귤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0%와 9.6% 내렸다.
고온과 가뭄 피해가 컸던 채소 품목과 다르게 사과의 경우 병해충 발생 감소와 태풍의 피해가 없어 생육환경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는 평가다. 기상재해가 적고 재배 환경이 양호하면서 올해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5%가량 증가한 49만2000t 안팎으로 예상된다. 홍로의 생산량도 전년 대비 19.2% 증가한 8만9000t 안팎으로 예상되면서 추석 성수기의 공급도 원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추와 무 등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와 국민의힘, 농축산 관련 단체는 전날 추석 성수품 수급 점검 관련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수급 안정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정은 “추석 대표 성수품인 사과와 배는 2024년산 출하량 증가로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격이 다소 높은 배추는 정부 가용물량 공급을 최대한 늘리고, 민간 출하 물량 확대를 위해 출하 장려금도 상향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은모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