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컨테이너 사업을 강화하고 친환경 선박을 늘리기 위해 2030년까지 23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넷제로(완전 탄소중립) 시점도 5년 앞당길 방침이다.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가 빠져나가면서 흔들렸던 해운동맹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새로운 협력 대상을 찾거나 새로운 해운동맹에 가입하기보단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0일 HMM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미래 사업의 핵심은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벌크 운송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변동성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컨테이너 사업의 경우 11조원을 투자해 선복량을 올해 84척, 9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에서 2030년까지 155만TEU(13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도 1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벌크 사업도 키운다. 현재 634만DWT(36척)의 선대를 2030년까지 1256만DWT(110척)까지 확장하는데 5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탱커선과 드라이벌크선 등 편중되지 않고 두루 키워갈 예정이다. 또 친환경에너지 수송사업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시장점유율을 조기 확보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
통합 물류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컨테이너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걸맞은 신규 터미널 및 시설 투자에 4조2000억원가량을 할애, 기존 항만 터미널을 확장하고 주요 거점 항만 터미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고수익 내륙 물류기지(ODCY) 사업 진출, 엔드투엔드(화물 출발~도착 전 과정) 서비스 제공으로 종합 물류사업 진출 기반을 확보한다.
HMM은 중장기 투자액의 절반가량을 친환경 대응에 투입하기로 했다. 저탄소·무탄소 선박을 70척까지 늘리고 전 운송구간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HMM의 저탄소·무탄소 선박은 지난해 발주한 메탄올 추진선 9척이 전부다. 그나마 인도된 선박 실적은 전무하다. 머스크 정도를 제외하면 대형 메탄올 추진선을 인도받은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MM이 2020년부터 인도받은 선박 대부분 LNG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다. 이미 받은 20척 초대형선과 올해 인도 중인 12척을 포함하면 현재 친환경 선박은 41척가량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것이다.
친환경 선박 확보 외에도 직접적인 친환경 투자도 1조원 가까이 진행한다. 2045년 넷제로 조기 달성을 위해 선박 개조, 친환경 연료 공급망 확보에 9000억원을 투자하고 디지털 기반 조직체계 구축에도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HMM관계자는 "친환경이라는 방향이 정해진 만큼 언젠가는 투자해야 할 돈"이라며 "유럽 지역 화주들은 점차 친환경 선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어 빠르게 전환할수록 초기 영업망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이목이 쏠렸던 해운동맹 재편의 경우 기존 형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HMM이 속했던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의 이름을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로 바꾸지만 일본 ONE과 대만 양밍과의 협력 체계는 그대로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대신 다소 부족한 유럽 항로는 세계 1위 MSC와 협력하며 노선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의 협력 기간은 내년 2월부터 5년간이다.
김경배 HMM 사장은 "신규 협력체제를 통해 타 협력 그룹 대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와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도 지속적으로 노력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