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여성임원 비중이 7%를 넘어섰지만 여성 고용 비중, 남녀 연봉 격차 등은 제자리에 머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직원 근속연수는 남성직원의 70%대, 평균연봉은 60%대에 불과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등기임원 증가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외이사만 늘었지 사내이사 증가율은 미미해 기업이 '생색내기식' 이사회 구성을 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10일 리더스인덱스가 위민인이노베이션(WIN)과 함께 평가한 국내 주요 기업 다양성지수 결과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353개사의 양성평등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4.7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51.7점)보다 3.0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성지수는 남녀고용 비율, 근속연수 차, 연봉 차, 남녀임원 비중, 등기임원 내 남녀비중, 고위임원 남녀비중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매긴다. 두 기관은 2020년부터 양성평등 우수기업을 평가해 'WIN-어워드'를 발표하고 있다.
다양성지수 업종별 우수기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신한지주, 영원무역, 유진기업, 크래프톤, 풍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미약품, 한세실업, 현대케피코 등 10개사가 선정됐다.
업종별로 보면 제약, 금융, 생활,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순으로 다양성 점수가 높았고 건설, 공기업, 기계 등은 점수가 낮았다.
가장 향상된 부분은 여성임원 비중이다. 500대 기업 여성임원 비중은 2019년 3.9%에서 올해 7.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자본시장법 통과 이전 3%대 머물던 여성임원 비중이 법 개정 이후 2021년 5.5%, 2022년 6.3%, 2023년 7.0%, 2024년 7.3%로 증가세를 보였다.
여성임원은 상장기업 이사회 여성 이사 의무화를 도입한다는 취지의 법 개정안 통과 후 늘고 있다. 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등기임원 중 여성 증가율은 더 높았다. 2019년 2.9%였던 여성 등기임원은 올해 11.3%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증가 등기임원 대부분 사외이사였다. 사내이사 증가율은 미미했다.
2020년 5.5%였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올해 16.4%로 10.9%포인트 올랐다. 반면 여성 사내이사 비중은 2020년 2.0%에서 올해 3.8%로 1.8%포인트 확대되는 데 그쳤다.
리더스인덱스는 "(사내이사 증가율이 크지 않은 데 대해) 법 개정 이후 대기업들이 '생색내기식' 이사회 구성을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기업 내 여성 직원 비중은 변화가 없었다. 6개 평가항목 중 개선이 가장 더딘 부분으로 지적됐다. 조사 대상 대기업 여성 직원 수는 2019년 34만651명으로 전체 직원(130만571명)의 26.2%였다. 2020년 26.4%, 2021년 25.1%, 2022년 25.5%로 줄었다가 올해 26.2%로 2019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팬데믹 기간(2020~2022년) 여성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통·생활용품 업종에서 인력을 줄인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리더스인덱스는 "올해 여성 직원 비중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법 개정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여성 직원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했다.
남녀 근속연수 차이와 연봉격차는 법 개정 이후 개선됐지만 여성 근속연수와 연봉은 여전히 남성의 60~70%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지적했다. 조사 대상 기업 남성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2018년 11.3년에서 지난해 11.6년으로 길어지는 동안 여성 직원은 8.1년에서 8.7년으로 늘었다. 격차는 3.2년에서 2.9년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은 8360만원에서 1억160만원으로 19.4% 늘었고 여성 직원은 5290만원에서 6980만원으로 27.1% 증가했다. 여성 급여 증가율이 남성보다 7.7%포인트 높았다.
여성 근속연수는 남성 대비 75%, 평균 연봉은 68.7%였다.
서지희 WIN 회장은 "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여성 임원 증가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여성 임원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