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라는 것은 뇌에서 일어나는 일, 뇌가 일으키는 일, 뇌를 위한 일이다. 수면이 뇌 건강에 필수적인 이유다. "
아시아경제 주최로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수면과 뇌, 디지털 헬스’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김석주 대한수면의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양질의 수면을 해야만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수면은 기억을 강화하고, 기분을 좋게 하고, 뇌의 노폐물을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낮에 경험한 것들이 해마에 저장됐다가 밤에 자면서 다시 대뇌로 들어가게 된다"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잠이 기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잠을 자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불안을 담당하는 영역이 잘 때 약화하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잠을 잘 못 자면 뇌에 쌓인 노폐물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되지 못해 치매,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한국은 수면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제일 적게 자는 ‘수면 부족 국가’라고 말했다. 특히 고등학생은 평균 하루 6시간만 자는 등 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학생들이 잠을 못 자면 자살률이 올라가고, 성적은 떨어진다"며 "직접 연구한 결과에서도 잠을 안 자고 공부하면 성적이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30%가 교대근무를 하는 등 직업·환경적인 영향이 겹치면서 한국의 불면증 환자는 68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엔 수면에 디지털 헬스를 결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수면제는 일시적 처방일 뿐 불면증 치료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고, 여러 가지 진단과 치료법을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잘 자기 위해 침대, 빛, 소리 등을 활용하고 수면을 측정하기 위한 여러 웨어러블 기기 등이 나오고 있다"며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국내에서도 개발돼 허가됐고, 뇌파 등을 자극해 수면을 유도하는 전자약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또 "수면은 인지 기능과 감정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건강에 필수적"이라며 "수면 관련 디지털 헬스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경제성 확보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